한때 가장 유력한 홈런왕 후보로 손꼽히기도 했다. 실제로 홈런 레이스 가장 선두에서 달려나가던 시기도 있었다. 올 시즌 가장 먼저 30홈런 고지를 밟은 이도 역시 그다. SK 와이번스 간판 홈런타자 최 정(31)은 불과 두 달전인 7월 중순까지만 해도 '홈런왕 3연패'를 바라볼 정도로 무서운 장타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2개월 만에 그런 무서운 기세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가뜩이나 떨어지던 정확성마저 실종되면서 타율은 최악으로 떨어졌고, 유일하게 최 정을 '최 정답게' 하던 홈런도 실종됐다. 도대체 두 달 동안 최 정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11일 기준으로 최 정의 타율은 겨우 2할3푼5리(340타수 90안타)에 그치고 있다. 이는 규정 타석을 채운 62명 타자 중 꼴등이다. 홈런 갯수도 거의 두 달 가까이 '31'에 고정돼 있다. 7월20일에 31호 홈런을 친 이후 홈런 가뭄이 길어졌다. 그러는 사이 홈런 레이스 경쟁자들이 이미 최 정을 제치고 멀리 앞서 나갔다. 두산 김재환이 38개로 단독 1위이고, 그 뒤를 박병호(넥센)와 제이미 로맥(SK)이 37개로 뒤쫓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최 정은 어느 새 5위로 밀려났는데, 역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 같다.
이처럼 최 정이 초라해진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일단은 배팅 타이밍의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힐만 감독은 지난 11일 인천 KT전을 앞두고 최 정의 부진 현상에 대해 "타격을 할 때 공이 맞는 콘택트 포인트가 너무 앞쪽에 만들어지고 있어서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 밖의 심리적, 신체적 요인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힐만 감독은 "타석에서 보이는 모습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라며 최 정을 감쌌다.
하지만 기록은 최 정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 한다. 결국 7월24일 인천 두산전 때 발생한 왼쪽 허벅지 부상의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당시 부상으로 최 정은 3주 가량 치료를 받은 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휴식기 직전인 8월15일에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1군에 복귀했다. 이후 8월17일부터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시작됐고, 최 정 역시 18일간 쉬며 몸 상태를 다시 정비할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경기 감각이나 스윙 밸런스가 더 나빠지는 부작용이 생긴 듯 하다. 실제로 최 정은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마친 뒤 재개된 7경기에서 1할3푼(23타수 3안타)의 극심한 부진을 보여주고 있다. 당연히 홈런도 없다. 안타 3개가 모두 단타에 그쳤다. 이는 단순히 힐만 감독의 말처럼 "콘택트 포인트가 앞쪽에 형성돼서" 생긴 문제만은 아닌 듯 하다.
최 정이 이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SK 전력에도 큰 손해가 발생한다. 더구나 SK는 현재 2위 수성을 위협받고 있다. 3위 한화 이글스가 불과 1.5경기차로 따라붙어 있다. 때문에 최 정의 부활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부진의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에 대해 좀 더 심각하게 접근해야 할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