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두산의 타선이다.
전날 19안타로 17점을 뽑았던 두산의 방망이가 또 터졌다.
두산은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서 초반 끌려가다가 홈런 4방으로 가볍게 9점을 뽑았다. 롯데로선 어떻게 할 도리가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벌어졌다.
1회말 롯데가 이대호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고, 롯데 선발 노경은이 1,2회를 삼자범퇴로 가볍게 잡으면서 롯데가 초반 분위기를 가져가는 듯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한방이 터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3회초 선두 7번 김재호와 8번 김인태가 연속 안타를 터뜨려 무사 1,3루가 됐다. 9번 정수빈의 차례. 2009년 정수빈의 통산 홈런은 17개. 발빠른 교타자인 정수빈이 홈런을 친다고 생각한 이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수빈은 노경은의 2구째 140㎞의 투심 패스트볼이 가운데로 몰리자 그대로 받아쳤고, 타구는 높이 떠서 날아가더니 우측 관중석의 응원단상에 떨어졌다. 롯데 우익수 손아섭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펜스쪽으로 달려가다가 결국 타구가 담장을 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의외의 한방에 노경은이 확실히 흔들렸다. 1번 허경민에게 우측 담장을 맞히는 3루타를 맞았고, 1사후 3번 오재원에게 볼넷을 내줬다. 그리고 맞이한 홈런 1위 김재환. 첫 타석에선 낮은 라인드라이브 타구로 우익수가 잡아냈지만 타이밍이 좋았다.
김재환은 초구 낮은 스트라이크를 그냥 지켜봤고, 2구째를 강하게 잡아당겼다. 128㎞의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렸고, 타구는 맞자마자 우측 관중석을 향해 날아갔다. 타구속도가 무려 170㎞였다. 단숨에 6-1. 2사후 6번 오재일이 또 홈런을 쳤다. 풀카운트 승부에서 137㎞의 몸쪽 낮게 온 슬라이더를 툭쳤는데 높게 떠서 날아가더니 우측 담장을 넘겼다. 이 홈런으로 오재일은 3년 연속 20홈런을 기록했다.
4회초. 정수빈은 첫 홈런이 우연이 아님을 확인시켰다. 무사 1루서 다시한번 노경은의 공을 쳤고, 또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132㎞의 몸쪽 높은 스트라이크존에 오는 슬라이더를 친 것이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정수빈의 생애 첫 연타석 홈런이었다.
잠시 응원소리가 높아졌던 사직구장이 다시 조용해졌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