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즉 홈구장에서 치르는 경기는 '일반적으로'는 선수와 코칭스태프 심지어 구단 프런트에게까지 모두 선호된다. 당연한 이야기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먼 원정길을 떠나지 않아도 되니 편해서 좋고,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늘 써온 익숙한 환경이라 보다 안정적인 경기력을 기대할 수 있어서 좋다. 프런트는 이런 이유들에 더해 홈 관중 수익이 추가되기 때문에 또 좋아한다.
하지만 예외인 경우도 분명히 있다. 만약 홈에서의 성적이 원정에 비해 크게 저조하다면? 비록 원정을 떠나지 않아 몸은 편할 지 몰라도 마음은 불편하고 불안할 것이다. 어쩌면 '차라리 원정을 떠났으면…'하는 생각을 하는 선수나 코칭스태프 혹은 프런트 직원도 있을 것이다.
바로 올해 넥센 히어로즈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홈 성적이 원정에 비해 좋지 않다. 17일까지 원정에서는 37승30패로 승률이 5할5푼2리나 되는데, 홈에서는 29승33패(0.468)에 그치고 있다. 채 5할 승률이 안된다. 홈 경기가 반가울 리 없다.
그런데 하필이면 시즌 막판 넥센의 운명이 '홈경기 결과'에 걸리게 됐다. 18일부터 치르는 잔여 15경기 가운데 홈경기가 무려 10경기나 되기 때문이다. 여전히 5위 LG 트윈스에게 2경기 차이로 쫓기는 입장인데다 잔여 경기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 6위 KIA 타이거즈로부터도 4경기 밖에 달아나 있지 못한 상황이다. 15경기 중에 최소한 8승 이상은 따내야 4강 굳히기를 바라볼 수 있다. 결국 홈에서 분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올해 넥센은 유난히 홈에서 고전했다. 특히나 여름 폭서기 때는 상대적으로 시원한 홈구장, 고척 스카이돔에서 경기를 하기 때문에 다른 팀에 비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오히려 폭염을 피해 돔으로 온 원정팀 선수들이 더 펄펄 날았다. 이른바 '돔 버프 효과'가 넥센 선수들이 아닌 다른 선수들에게 적용된 것이다.
때문에 코칭스태프에서도 이런 일정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기대를 걸 만한 사실이 있다. 넥센의 이 같은 '홈 부진현상'이 시즌 후반 들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8월 이후에는 홈에서도 강했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때문에 8월1일부터 17일까지 24경기 밖에 치르지 못했지만 추세의 변화가 뚜렷하다. 이 기간 넥센은 원정에서 11승7패를 기록했는데, 홈에서도 5승1패로 역시 강했다.
이런 달라진 모습이 남은 10번의 홈경기에서도 계속 이어진다면 넥센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4위 이상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그러나 다시 시즌 초중반처럼 홈에서 고전한다면 가을행을 장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과연 10번의 홈경기는 넥센에 축복이 될까, 재앙이 될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