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두산 베어스는 리그 1위를 독주하고 있다. 사실상 정규시즌 우승은 떼 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다. 우승을 확정 짓는 매직 넘버는 '8'. 앞으로 8승만 추가하면 된다. 20일 LG전을 포함해 17경기가 남았는데, 여기서 5할에 못 미치는 8승 9패를 해도 우승을 한다. 이미 할 만큼 다 해놨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두산과 '위기'라는 단어는 별로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지난 18~19일 넥센 히어로즈에 당한 연패를 보면 그냥 '그럴 수도 있는 일' 정도로 봐선 안될 것 같다. 믿었던 마무리 함덕주가 이틀 연속 결정타를 맞고 무너졌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함덕주 혼자 무너진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함덕주의 임팩트가 가장 크긴 했지만, 사실 다른 필승조인 박치국이나 김승회 김강률 등도 마찬가지로 얻어터졌다. 지금 두산 뒷문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18일에는 7-4로 앞서던 7회말 박치국이 동점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았다. 그에 앞서 6회에 나와 1이닝을 삼자범퇴로 잘 막은 장원준이 7회말 연속 안타로 무사 1, 2루를 만든 게 화근이었다. 갑작스러운 위기상황에 두산 벤치가 한발 늦게 박치국을 투입했는데 하필 4번 박병호에게 걸렸다. 너무 부담스러운 상황에 최악의 상대를 만난 셈이다. 결국 박치국은 3점포를 허용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 때부터 시작된 두산 필승조의 몰락은 8회 김승회-함덕주로까지 이어지며 결국 역전패의 결과를 낳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악몽이 19일에도 계속됐다. 이번에는 김강률-함덕주가 난조를 보였다. 3-3 동점이던 7회말 무사 2루에 나온 김강률은 결국 이정후에게 역전타를 맞았다. 그나마 두산이 8회초 다시 4-4 동점을 만들어줬고, 여기에 힘을 얻은 김강률은 9회까지 추가실점 없이 버터내긴 했다. 그래도 7회말 역전타는 뼈아픈 일격이었다.
그러나 함덕주에 비하면 김강률은 매우 잘 던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승부가 연장으로 접어들자 두산 벤치는 투구수가 많아진 김강률 대신 연장 10회말 마무리 함덕주를 내보냈다. 비록 전날 8회말 서건창-박병호에게 연속 적시타를 얻어맞아 패인을 제공했지만, 여전히 신뢰감이 컸다. 당시 투구수도 5개로 적어 힘이 충분하다는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함덕주는 여전히 안정감을 찾지 못했다. 이정후 안타-송성문 희생번트-서건창 안타로 순식간에 1사 1, 3루에 몰렸다. 박병호를 고의 4구로 거르면서까지 필승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1사 만루에서 김하성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고개를 떨궜다.
이 2연패가 두산에 주는 데미지는 사실 별로 크지 않다. 두 번 졌다고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이 위협받는 건 아니다. 그러나 필승조의 연이은 난조에 관해서는 한번 재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 향후 한국시리즈를 위해서라도 현재 발생한 문제점은 반드시 해결하고 가야 한다. 단기전에서 이런 난조가 벌어지면 큰일이다. 이때 만약 2연패 한다면, 그건 정규시즌 20패에 버금가는 손실이 될 수도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