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과 인천의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1 30라운드 대결이 펼쳐진 서울월드컵경기장. 축구장에는 킥오프 전부터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단순히 서울과 인천, 인천과 서울의 '경인 지역 더비'인 탓만은 아니었다.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본능 때문이었다.
벼랑 끝 두 팀이었다. 홈팀 서울은 최근 6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지난달 15일 수원전 승리 이후 1무5패를 기록, 순위표는 9위까지 추락했다. 자칫 사상 첫 '하위스플릿'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에 맞서는 인천 역시 승리가 간절했다. 인천은 최하위에 머물러 있었다. 2부 리그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었다.
경기 전 양 팀 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 굳은 각오를 다졌다. 이을용 서울 감독대행은 "우리 모두가 안일한 생각을 한 것 같다. 마음가짐을 다잡고 최선을 다하겠다. 절박한 마음이다. 스플릿 A에 가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남은 경기를 다 이겨야 한다고 본다. 선수들도 그런 마음이다. '죽기 살기'로 하겠다"고 말했다. 욘 안데르센 인천 감독 역시 "매 경기 결승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열심히 하면 마지막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필승 의지는 선발 명단에 녹아 있었다. 승부수를 띄웠다. 서울은 이날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만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여기에 부상으로 1년 넘게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던 '베테랑 미드필더' 하대성을 깜짝 카드로 꺼내들었다. 인천 역시 무고사, 아길라르, 문선민 등 최정예 멤버로 베스트11을 구성했다.
양 팀의 의지만큼 팽팽한 경기가 이어졌다. 기다리던 골은 전반 43분에야 터졌다. 인천이 먼저 웃었다. 문선민이 빠른 발을 앞세워 상대 진영으로 치고 들어갔다. 문선민은 상대 수비 2명을 제치고 깜짝 슈팅으로 서울의 골문을 흔들었다.
후반 들어 서울이 반격에 나섰다. 서울은 0-1로 밀리던 후반 15분 고요한이 동점골을 꽂아넣었다. 고요한은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를 맞고 튕겨 나온 볼을 논스톱 발리슛으로 연결해 득점에 성공했다.
이후 일진일퇴의 공방이 펼쳐졌다. 서울은 조영욱과 마티치, 인천은 무고사가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양 팀 모두 결승골을 성공시키지 못한 채 1대1로 경기는 마무리됐다. 누구도 웃지 못한 헛심 공방전. 양 팀 모두 '희망고문'을 이어가는데 만족해야 했던 경기였다.
경기 뒤 안데르센 인천 감독은 "상황 자체가 좋지 않다. 매 경기 승점을 가지고 가야한다. 어떻게든 승점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가오는 경남전에서 승점 3점을 챙길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스플릿 라운드 5경기가 매우 중요할 것 같다. 우리가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 남은 8경기에서 최소 4승 이상 챙겨야 K리그1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을용 서울 감독대행도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은 아쉽다. 그러나 경기 운영을 보면 선수들이 뭉치는 것이 보인다. 남은 경기 준비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상암=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