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이도 유럽 도전을 택한 이유가 저와 비슷하더라고요."
'여자축구 A대표팀 캡틴' 조소현(30·노르웨이 아발드네스)이 '절친 후배' 이재성(26·홀슈타인 킬)의 경기를 직관(직접관전)하고 온 소회를 전했다.
조소현은 지난달 29일 독일 킬 홀슈타인스타디온에서 열린 분데스리가 2부 8라운드 다름슈타트와의 홈경기(4대2승) 현장을 직접 찾았다. 이재성은 이날 선발출전해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축구 누나'가 지켜보는 가운데 종횡무진 활약했다.
자타공인 남녀 축구대표팀 에이스로 통하는 이들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특별한 그라운드 우정을 나눠왔다. 조소현은 "재성이는 축구도 잘하고, 싹싹하다. 정말 한결같이 좋은 후배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서로 경기를 보러가겠다고 했었는데 유럽에 와서야 그 약속을 지키게 됐다"며 웃었다.
조소현은 지난해 인천 현대제철의 5연패를 이끈 후 올해 3월 노르웨이리그 아발드네스 유니폼을 입었다. 일본 고베 아이낙에 이은 두 번째 해외 도전이다. 유럽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아발드네스가 '멀티플레이어' 베테랑 조소현을 강력하게 원했다. 조소현은 유럽 생활에 폭풍적응했다. 경기장에서 열정적인 플레이로 인정받았고, 경기장 밖에서 삶을 즐기는 법도 알게 됐다.
조소현은 지난달 28일 아발드네스의 올림피크 리옹 원정(0대5패)에 선발로 나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리옹으로 전지훈련 온 전북 유스 선수들이 목이 터져라 '조소현!'을 외쳐줬다.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리옹 원정을 마치고 주어진 5박6일의 짧은 휴가, 이번엔 조소현이 전직 전북 에이스 응원에 나섰다. 리옹에서 나홀로 새벽 비행기를 타고 독일에 도착, 버스편으로 킬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경기 하루전 연락이 닿은 이재성은 누나의 깜짝 방문에 반색했다. 마침 응원차 경기장을 찾은 이재성의 절친들과 어느새 친구가 됐다. 함께 대형 태극기를 들어올리며 한 목소리로 "이재성!"을 외쳤다.
이날 이재성의 도움 활약을 지켜본 조소현은 "사실 이날 2어시스트나 다름없었다. 첫번째 골은 정말 아까웠다"고 했다. "재성이는 이미 팀 적응이 끝난 것 같다. 팀에 정말 중요한 선수다. 관중석이 1만 석이라는데 홈 팬들의 응원도 뜨거웠다. 뛸 맛 나겠더라"며 웃었다. "이미 재성이를 위한 응원도 있다. 한쪽에서 '재성!'하고 선창하면 서포터들이 한 목소리로 '리!'를 외치더라"고 소개했다.
이재성은 이날 자신을 응원하기 위해 달려온 조소현과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고기파티를 열었다. 한국에서 공수해온 반찬들을 나눠먹으며 축구청춘들은 축구 이야기, 유럽 이야기, 인생 이야기를 이어갔다. "재성이와 나는 유럽에 도전하게 된 이유가 비슷하더라"고 전했다. "우리 둘 다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축구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동기부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더 발전하고 싶고, 더 도전하고 싶고, 새로운 자극제가 필요해서 유럽에 왔다"고 설명했다. 조소현은 내달 3일 스타바에크와의 리그 최종전을 마지막으로 아발드네스와의 1년 계약이 종료된다. "가능한 유럽에 남고 싶다. 내년 프랑스여자월드컵을 앞두고 더 좋은 리그에서 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유럽에 남게 되면 재성이가 시간 내서 보러오겠다고 하더라"며 미소 지었다.
이재성의 '집 밥' 실력을 묻자 선배 조소현은 "재성이는 집에서 막내고, 클럽하우스 생활만 해서 밥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이제 겨우 밥만 할 줄 아는 수준"이라며 웃었다. "나도 처음에는 하나도 못했는데 이젠 척척 해낸다. 재성이도 시간이 좀 지나면 아주 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재성은 조소현의 깜짝 방문에 고마움을 전했다. "누나와는 한국에서도 연락을 종종 했는데 독일에 온 이후 부쩍 더 연락을 자주 했다. 누나가 안부도 물어봐주고 응원도 해줬는데 휴가중에 소중한 시간을 내서 이 먼 곳까지 직접 경기를 보러 와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했다. "누나가 겪은 해외생활에 대한 조언도 내게 정말 큰 힘이 됐다. 누나의 말을 잘 새겨듣고 있다"며 웃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매경기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훈훈한 '축구남매'는 서로를 향한 응원도 아끼지 않았다. 이재성과의 만남 직후 3박4일 자유여행, 프라하로 가는 기차 안에서 조소현이 말했다. "재성, 직접 와서 경기를 보니까, 걱정할 필요없이 너무 잘하고 있어서 보기 좋아! 올시즌 적응하면서 1년 잘 갈고 닦아서, 잘 버티면 무조건 내년 시즌은 지금보다 더 무서운 선수가 될 거라 믿어! 너무 부담 갖지말고, 유럽 생활하는 동안 즐기면서 재미있게 지내봐. 아프지 말고, 무엇보다 부상 조심하고! 넌 틀림없이 잘할 거야!"
'소현누나'의 응원에 이재성도 화답했다. "누나, 우선 늘 얘기하는 거지만 부상 없이 누나가 좋아하는 축구 계속 오래오래 즐겁게 했으면 좋겠어. 앞으로도 누나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고 지지할게!"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사진제공=조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