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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셜]전북, 최강희 감독과 아름다운 이별…"차기 사령탑 리스트업, 혼란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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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절대 1강' 전북 현대가 지난 13년간 지휘봉을 잡은 최강희 감독(59)과 아름다운 이별을 택했다.

전북은 22일 '구단에 올 시즌을 끝으로 사령탑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한 최 감독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최 감독은 12월 2일 스플릿 A 38라운드까지 팀을 이끌고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했다'며 결별을 공식화했다.

2005년 여름이었다. 독일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최 감독은 전북으로부터 사령탑을 맡아달라는 러브콜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한 팀에서 장기집권하리란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밖에서 보던 전북과 안에서 직접 살림살이를 해야 했던 전북은 '천양지차'였다. 선수층이 빈약했고 선수 영입 과정에서도 외부의 입김이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최 감독은 이듬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토너먼트 대회에서 성과를 올렸다. 첫 해 FA컵을 들어 올렸고, 이듬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정상에 올랐다.

2008년에는 결별 위기도 있었다. 개막 이후 1무4패를 하자 팬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이 때 최 감독은 팬들에게 팀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기다려달라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 비난여론을 잠재웠다. 최 감독의 편지를 본 선수들은 똘똘 뭉쳐 후반기에 9승2무3패를 기록, 6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시즌을 4위로 마쳤다.

최 감독이 '명장'으로 발돋움한 건 2009년부터다. 이적시장에 나온 이동국 김상식과 연을 맺은 후 탄탄대로를 걸었다. 2009년 K리그 첫 우승이 변곡점이었다. 특히 K리그를 뛰어넘어 아시아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 한 '닥치고 공격'으로 확실한 색깔을 내뿜으며 정상권 팀으로 도약했다. 최 감독은 재임기간 동안 올 시즌을 포함해 6차례 K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2016년도 최 감독에겐 잊을 수 없는 해다. 10년간 숙원이었던 ACL 우승을 일궈냈다. 당시 김신욱을 비롯해 고무열 김보경 등 국내외 최정상급 공격수들을 '폭풍쇼핑'으로 모아 공격력을 극대화시키면서 두 번째 ACL 우승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최 감독이 18년 재임기간 동안 가장 뿌듯해 하는 건 우승보다 시스템 정착이다. 선수들이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후임 감독이 와도 어렵지 않게 지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 물론 최 감독 혼자의 힘으로 만든 건 아니다. "구단과 모기업 현대자동차의 도움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고 최 감독은 입버릇 처럼 강조한다.

어느 덧 팀을 이끈 지 13년 세월이 흘렀다. 이젠 최 감독에게나 선수들에게도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전북은 이미 매 시즌 반드시 우승해야 하는 구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다. 하지만 이미 수차례 우승으로 이젠 정상에 서도 감흥이 크지 않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부족한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던 최 감독은 결국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심리적으로 나태해질 수 있는 선수들을 일깨우고, 새롭고 어려운 도전을 통해 자신을 다잡기 위한 선택이었다.

백승권 전북 단장은 계약기간이 2년이나 남았지만 떠나기로 한 최 감독의 결심을 존중해줄 수밖에 없었다. 백 단장은 "빠른 시일 내에 차기 사령탑을 리스트 업 해 선수들의 혼란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