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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후임 사령탑 기준, 전북에는 '밀당의 고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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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이 발 빠르게 '포스트 최강희'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최 감독 후임 사령탑을 '리스트 업' 중이다.

최 감독이 백승권 전북 단장에게 중국 슈퍼리그 톈진 취안젠으로 떠나겠다는 결심을 알린 건 이달 초였다. 최 감독은 이전까지 슈유후이 취안젠그룹 회장의 구두상 러브콜을 반신반의했었다. 그러나 지난 7일 울산과의 K리그1 32라운드가 끝난 뒤 곧바로 톈진 측으로부터 공식 계약서가 도착하자 마음을 굳혔다. 며칠 뒤 최 감독은 서울 모처에서 백 단장과 만나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전북의 공식발표가 늦어진 이유는 구단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에게 재가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때 마침 K리그 우승 세리머니가 예정됐던 20일 인천전 때 정 부회장이 경기장을 찾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최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결심을 전하려 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의 스케줄이 변경돼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면서 최 감독은 자신의 결단을 구단 고위관계자를 통해 전해야 했다.

전북 프런트는 지난 13년간 전혀 고민해보지 않았던 생소한 일에 착수했다. 바로 새 감독 선임이다. 특히 백 단장은 확실한 기준을 가지고 국내 감독 뿐만 아니라 외국인 감독에게까지 문을 열어놓고 리스트를 추리고 있다. 다만 외국인 감독은 높은 연봉 때문에 사실상 현실적으로 성사되기 힘든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이미 고려하고 있다.

백 단장이 세운 후임 사령탑 기준 중 가장 우선시 되는 건 '팀 장악력'이다. 최 감독이 지난 9년이란 시간 동안 전북을 K리그를 넘어 아시아 명문 반열에 올려놓았기 때문에 그 명맥을 유지시킬 수 있는 감독을 원하고 있다. 후보 감독들이 맡았던 과거 팀 성적을 무시할 없는 이유다.

모기업의 색깔과도 맞아야 한다. 여기에 최 감독이 창시해 아시아 명품 브랜드로 자리잡은 '닥공(닥치고 공격)'과 같은 공격축구를 전술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의 감독을 물색 중이다.

최 감독의 공백으로 인한 혼란과 선수 동요는 예측가능하다. 백 단장은 이 부분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것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게다가 인성, 프런트와의 소통능력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나이는 후순위에 뒀다. 나이가 젊어 경험이 부족할 수 있지만 리스트 순위에서 밀려나선 안된다는 것이 백 단장의 생각이다.

전북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모기업의 상황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국내 정상급 선수들을 모아 수준 높은 경기력을 유지했던 기조를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 급변은 아니겠지만 악화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유소년 선수들 육성과 중용에 좀 더 힘을 쏟을 가능성이 높다. 점차 젊게 변할 선수단을 이끌면서도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적임자를 노리고 있다. 또 선임 이후 평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최 감독처럼 장수할 수 있는 역량을 가졌느냐 하는 기준도 포함돼 있다는 후문이다.

최 감독은 사실 유럽시스템을 활용하면서 K리그의 독보적 위치에 올랐다. 공격적인 포메이션 속에서 기량 좋은 선수들의 창의적 플레이를 유도한다. 상대의 장점을 무력화시키는 전략은 최 감독의 최대 장점이기도 했다.

전북에는 최 감독처럼 '밀당의 고수'가 필요하다. 당근은 언론이란 창구를 활용한다. 선수에게 직접 칭찬은 자제하지만 칭찬할 일이 있으면 언론을 통해 슬쩍 흘린다. 반면 팀에 위해가 될 요소는 사전에 강력한 카리스마로 철저하게 걸러낸다. 이런 식의 '밀당'은 개성 강한 선수들을 '원팀'으로 묶는 힘으로 작용했다. 최 감독도 전북이란 팀을 13년간 지휘하면서 얻은 노하우다. 빅 클럽 지도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수완이기도 하다. 이런 카리스마와 유연성을 동시에 갖춘 감독, 전북이 찾고 있는 '포스트 최강희'에 근접한 인물상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