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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셉션'좋은 요키시, 제2의 밴헤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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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넥센 히어로즈 선발진에도 좌우 밸런스가 맞게 됐다. 올 시즌 우완 일색으로만 채워졌던 선발진의 한계점을 명확하게 인식했던 구단은 결국 시즌 중 합류해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음에도 에릭 해커와 이별을 택했다. 그리고는 지난 23일 에릭 요키시(29)의 영입을 발표했다.

요키시는 지난 2010년 MLB 신인드래프트에서 11라운드로 시카고 컵스에 지명된 후 2014년에 처음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미국 내에서는 그렇게 빼어난 잠재력을 지닌 투수로 평가되지는 않는다. 마이너리그 통산 222경기에 나와 1081⅓이닝을 던져 64승61패, 평균자책점 3.71을 기록했던 투수다. 왼손 임에도 150㎞에 달하는 강속구를 지녔고, 다양한 변화구도 장착했다는 게 눈에 띄는 정도다. 계약 총액도 50만달러(인센티브 포함)로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구단 측은 요키시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요키시는 즉흥적으로 데려온 투수가 아니라 구단의 해외 스카우트팀이 꾸준히 주시해왔던 선수다. 시즌 종료 후 고형욱 단장이 스카우트팀으로부터 넘겨받은 외국인 영입 후보 리스트에 있었다.

원래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선발은 가치가 대단히 크다. 워낙에 미국에는 이런 선수가 적지 않아 요키시가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구단은 또 한가지 측면에 주시했다. 바로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라는 점이다. 준비 동작에서 투구 까지 이어지는 동작이 상당히 빠르고 유연한데다 공을 홈플레이트 쪽까지 최대한 끌고 나와 던지는 스타일이라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기가 힘든 유형이다. 이른바 '디셉션'이 좋은 투수인 셈이다. 고형욱 단장은 "처음 보는 타자들이 상당히 애를 먹을 수 있다. 제구도 좋고, 디셉션도 뛰어나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이런 평가는 마치 2012년 앤디 밴헤켄이 처음 한국무대를 밟았을 때를 연상케 한다. 비록 나중에는 히어로즈 팬들의 마음속에 단단히 뿌리내린 '에이스'가 됐지만, 당시만 해도 밴헤켄은 별로 좋은 평가를 받은 투수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구속이 느렸다. 패스트볼 평균구속이 130㎞대 중후반에 그쳤다. 140㎞가 넘는 공을 뿌리는 건 한 경기에 몇 차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밴헤켄에게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최강의 포크볼과 정확한 제구력, 무엇보다 어떤 구종을 던지든 타자들에게 마지막 투구순간까지 공을 감추고 나오는 일관된 투구폼이 장점이었다. 결국 이런 무기를 앞세워 밴헤켄은 2014년 20승을 올리는 등 리그 최고의 좌완투수로 등극했다.

결국 히어로즈 구단이 요키시에게 바라는 부분도 바로 이러한 모습이다. 안정된 제구력과 땅볼 유도 능력, 그리고 좋은 디셉션 등으로 타자의 범타를 많이 유도해낸 밴헤켄의 전철을 밟아주길 바라고 있다. 과연 요키시는 밴헤켄처럼 한국무대에 잘 정착해 에이스급 위용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