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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거품 잡으려면 '암묵적 합의'는 소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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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적 합의'는 효력이 없다.

10개 구단 대표가 구성원인 KBO 이사회는 지난 9월 FA(자유계약선수) 제도 개선안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에 제안했다. FA 계약 상한선을 4년 총액 80억원으로 하고, 대신 FA 3단계 등급제 도입과 FA 취득 기한 1년씩 단축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사회는 일방적 통보 대신 선수협의 의견을 듣기 위해 제시안을 전달했다. 하지만 선수협이 반발해 연내 도입이 무산됐다. 등급제 세부 내용 조정과 부상자 명단 제도 도입 등 여러 요구 사항이 있었지만, 가장 크게 반발한 대목은 상한선 80억원이었다.

구단들이 이처럼 금액 상한선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몸값 거품을 잡고, 지출을 줄이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다. 구단들은 이미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이미 몇몇 팀이 FA 시장 불참을 선언했다. 손익 계산을 따져봤을 때, 많은 돈을 주고 FA를 영입하는 것보다 내부 육성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선수 몸값이 지나치게 상승하면서, '거품' 논란도 커졌다. 100억원이 넘는 대형 계약을 한 선수가 3명(이대호 김현수 최형우)이나 되고, 손아섭 박석민 차우찬 윤석민 등 90억 이상에 계약한 선수들도 등장했다. 90억원 이상 계약 7명 중 2명이 2015년 계약이고, 나머지 5명은 2016년 이후 계약이다. 최근 3년 사이 FA 몸값이 급격히 상승했다. 리그 규모나 시장 크기에 비해 극소수의 대형 선수들에게 몰리는 금액이 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선수들 사이의 부익부 빈익빈도 심화됐다.

하지만 제도 개선이 불발되면서 이번 FA 시장은 원래대로 협상이 이뤄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구단들의 지출 절감 노력에 따라 FA 시장 전체에 찬바람이 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체적인 열기도 이전에 비해 식었다.

그러나 대어급 선수는 예외다. 여전히 '100억원'이 기준선이다. 한번 올라간 금액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 선수와 계약하려는 구단들도 이 정도 금액은 염두에 두고 있다. 올해 FA 최대어로 평가되는 양의지도 100억원 전후에서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몇몇 야구 관계자들은 "구단들이 80억원을 상한선으로 제시한 만큼, 암묵적인 합의 하에 최대 80~90억원 이상 제시는 선뜻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A 구단이 FA 영입을 위해 100억원 이상을 제시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소형 FA들은 좋은 조건 계약을 하기가 더욱 힘들어 진다. 격차가 오히려 벌어지는 셈이다. 결국 암묵적 협의는 의미가 없다. 구체적인 개선안을 확정해 도입해야 획기적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