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야구에 뻥야구까지 다 되는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성공적인 봄을 보내고 있다.
두산 베어스에도 '복덩이'가 생겼다. 지난 시즌 내내 외국인 타자들의 부진에 속앓이를 했던 두산은 이번 봄 페르난데스의 맹활약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연습경기, 시범경기에서의 부진을 완벽히 씻어내고 '무서운 타자'로 변모했다. 개막 후 11경기에서 타율 4할2푼5리(40타수 17안타) 1홈런 12타점으로 자신의 역할을 120% 해내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페르난데스를 꾸준히 2번타자로 기용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입었다. 상위 타순에서 5할에 육박하는 출루율을 기록 중이다. 46번의 타석에서 삼진은 4개를 당했지만, 볼넷은 5개로 더 많다. 두산의 중심 타선과 하위 타선이 다소 기복있는 플레이를 하는 상황에서도 페르난데스만큼은 꾸준히 출루하며 제 몫을 해준다.
단순히 볼넷만 잘 골라내는 것은 아니다. KBO리그 투수들의 공이 어느정도 눈에 익은 후에는 더욱 공격적인 스윙으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최근 6경기에서 타율 4할8푼(25타수 12안타)을 기록 중이다. 그중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는 5차례로 경기를 거듭할 수록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장타력도 부쩍 늘었다. 2~4일 KT와의 3연전에서만 무려 4개의 장타를 터뜨렸다. 2일 2루타 2개, 3일 2루타 1개에 이어 4일 경기에서는 드디어 KBO리그 데뷔 첫 홈런을 신고했다.
5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KT 선발 투수 크리스티안 쿠에바스를 상대로 잠실구장의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110M짜리 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두산이 1-0으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쥐고있는 상황에서 페르난데스의 홈런으로 점수 차를 벌렸고, 결국 분위기를 완벽히 끌어오면서 5대4로 승리를 거뒀다. 6연승을 장식하는 페르난데스의 축포였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페르난데스가 무조건 지금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한다는 보장은 없다. 또 앞으로 상대 배터리의 견제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선구안과 장타력까지 뒷받침되는 '만능맨'의 모습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두산 외국인 타자의 새 역사를 쓸 수 있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