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동점이던 11회 말.
SK 선두 타자 고종욱이 2루 땅볼을 쳤다. 롯데 2루수 아수아헤가 글러브에서 공을 조금 늦게 빼는 사이 발빠른 타자주자 고종욱이 번개같이 1루를 통과했다. 최초 판정은 아웃. 하지만 비디오판독을 통해 세이프로 정정됐다.
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1루측 SK 팬들이 들썩였다. 후속타자의 희생번트로 주자 2루. 끝내기 찬스였다. 타석에는 2번 강승호. 최근 극심한 타선 침체로 고민이 컸던 SK 염경엽 감독이 좌완 레일리를 맞아 띄운 승부수였다. 제대로 통했다. 강승호는 2B2S에서 롯데 투수 윤길현의 132㎞ 슬라이더를 결대로 밀어 우익수 왼쪽에 떨어뜨렸다. 발빠른 고종욱이 여유있게 홈을 밟아 7대6 끝내기 승리를 완성했다.
SK가 살아난 홈런포를 앞세워 안방 스윕패를 막았다. SK는 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7대6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3연패 위기에서 벗어났다.
스윕을 노리던 롯데와 안방 싹쓸이패를 막으려는 SK의 기싸움은 치열했다.
김광현과 레일리 좌완 에이스 간 선발 맞대결. 레일리가 1회 정의윤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먼저 실점했다. 2회 외야의 실책성 플레이로 1사 3루 추가실점 위기에 몰렸으나 상대 주루사로 고비를 넘겼다. 위기를 넘긴 롯데 타선은 3회 불끈 힘을 냈다. 연속 3안타와 민병헌의 공격적 주루플레이로 역전에 성공한 뒤 전준우의 시즌 4호 투런포로 단숨에 4-1을 만들며 레일리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집중력 있는 타선 지원에 레일리도 화답했다. 6회 1사까지 2실점으로 SK 타선을 봉쇄했다. 롯데 타선은 7회초 김준태의 2타점 적시타로 6-2로 벌렸다.
7회 1사에 레일리가 내려가자 마자 잠자던 SK 홈런포가 폭발했다. 김강민의 안타에 이어 강승호가 서준원을 상대로 투런홈런을 쏘아올렸다. 정의윤은 바뀐 투수 진명호의 초구 직구를 당겨 팀의 시즌 첫 백투백 홈런을 기록했다. 5-6 턱밑 추격. 2사 후 이재원은 진명호의 슬라이더를 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6-6 동점을 만드는 솔로포였다.
이후 소강상태에 접어든 경기는 11회 강승호의 끝내기 안타로 매듭지어졌다. 4시간여의 혈투에 양팀 합쳐 13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 총력전을 펼쳤다.
강승호와 정의윤은 각각 3안타 3타점씩을 기록하며 타선을 이끌었다. 선발 김광현은 5이닝 9피안타 4실점으로 2승째를 다음으로 미뤘다. 서진용 김택형 김태훈 하재훈이 4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합작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롯데 선발 레일리는 6⅓이닝 7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불펜 난조로 시즌 첫승 신고를 미뤘다. 톱타자 민병헌은 6회 박민호의 공에 왼손 약지 중수골 골절상을 입어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공-수에서 맹활약하던 민병헌의 부상 이탈로 롯데 타선에 비상이 걸렸다.
인천=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