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아빠들이 어린이날 슈퍼맨이 됐다.
두산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11대2로 승리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많은 가족단위 관중이 잠실구장에 몰렸고, 이날 경기는 시작도 하기 전에 일찌감치 2만5000석이 매진됐다.
두산과 LG가 1996년부터(1997년, 2002년 제외) 매해 잠실에서 맞붙는 어린이날 더비는 평범한 정규 시즌의 한 경기 같아도 은근 신경쓰이는 대결이다. 특히 한지붕 두가족인 두팀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서울의 한가운데 위치한 잠실구장에서, 공휴일을 맞아 프로야구의 미래인 어린이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만큼 상징성이 큰 경기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어린이날에도 '두린이(두산 어린이팬)'들이 웃었다. 두산은 2년 연속 어린이날 3연전을 스윕했고, LG는 2년 연속 스윕을 당했다.
특히 자녀가 있는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어린이날인만큼 이날은 선수들도 자녀들을 야구장에 데리고 왔다. 두산 조쉬 린드블럼, 세스 후랭코프, 김재환, 김재호, 류지혁, 배영수 등의 자녀들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빠가 뛰는 그라운드에서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더욱 힘이 났을까. 아빠 선수들은 펄펄 날았다. 최근 타격감이 좋은 김재호는 1회말 선취점을 만드는 2타점 적시타를 첫 타석에서 때려냈고, 두번째 타석에서도 선두타자로 2루타를 터뜨리며 두산의 3회 공격 물꼬를 텄다. 또 6회말에는 사실상 승리에 쐐기를 박는 적시타를 추가하며 최상의 타격을 펼쳤다. 4안타-3타점으로 '원맨쇼'를 했다.
류지혁도 어린 아들이 보는 앞에서 맹활약 했다. 첫 타석부터 2루타를 기록했고, 두번째 타석 1타점 적시타로 초반 득점 러시를 이끌었다. 류지혁은 이날 2안타 '멀티 히트'에 타점 2개까지 추가했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후랭코프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호투를 펼쳐 시즌 2승을 따냈다. 3월 31일 삼성전에서 첫승을 거둔 후 6경기만의 승리다. 지난 5경기에서는 승리 없이 3패만 떠안았던 후랭코프지만 LG를 상대로 쾌투를 펼치며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어린이날은 선수들에게도, 팬들에게도 동기 부여와 특별한 의미가 생기는 날이다. 그중 선수들이 어린이팬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단연 승리다. 두산 선수단은 잠실구장을 찾은 두린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줬다.
잠실=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