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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포커스]라이온즈를 각성시킨 구자욱 투혼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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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져서는 안될 게임이었다. 11일 대구 롯데전.

전날 역전 대패에 에이스 헤일리 등판 경기였던 이날 마저 막판 안좋은 상황 속에 역전패 할 경우 자칫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었다. 게다가 이날 라이온즈파크에는 올시즌 처음으로 2만4000명의 만원관중이 꽉꽉 들어찼다. 최근 NC전에서 시즌 첫 3연전 스윕으로 기대가 커진 홈 팬들의 행복한 귀가 여부가 걸려 있던 중차대한 순간이었다.

2-3 추격을 허용한 8회말. 롯데 우완 필승조 구승민이 마운드에 오르자 삼성 벤치는 아껴뒀던 구자욱 카드를 꺼냈다. 툭 밀어 때린 느린 땅볼 타구에 구자욱은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렸다. 1루 베이스를 밟은 뒤 다리가 꼬이며 넘어지고 말았다. 그라운드에 쓰러져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구급차가 그라운드로 들어오려던 찰라 구자욱이 홈 팬들의 격려와 함께 몸을 일으켜 세웠다. 후속 타자 이원석이 삼진을 당하는 순간 구자욱은 2루를 훔쳤다. '방금 다리가 아팠던' 구자욱의 기습 도루에 당황한 롯데 포수 나종덕의 송구가 높게 형성되면서 뒤로 빠졌다. 구자욱은 이 악문 폭풍질주로 3루를 점령했다. 구자욱의 투혼이 빚어낸 1사 3루 득점 찬스.

롯데 배터리의 선택은 많지 않았다. 병살 상황을 만들기 위해 연속 고의4구를 내보내며 만루를 채웠다.

아픈 다리를 이끌고 몸을 사리지 않았던 구자욱의 투혼에 동료들의 투지가 살아났다. 타석에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병살을 피해야 하는 부담 백배 상황의 김헌곤은 투스트라이크로 몰렸지만 구승민의 떨어지는 공을 '기 막힌' 배트컨트롤로 기어이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온 몸을 던진 이 안타를 시작으로 봇물이 터졌다. 박계범의 적시타-박한이와 희생플라이-박해민과 김상수의 적시타가 줄줄이 이어졌다.

대거 6득점, 박빙의 승부는 거기서 끝이었다. 꼭 필요한 순간 봇물 터진 빅이닝은 몸을 사리지 않은 구자욱의 투혼의 질주에서 시작됐다.

헤일리가 내려가고 난 뒤 넘실거리던 롯데 타선을 감안하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던 상황. 삼성 타자들은 구자욱이 각성시킨 투혼을 무기로 헤일리에게 자칫 날아갈 뻔 했떤 시즌 2승째를 고이 간직해 선물했다.

한점 차 승부에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