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위기에서는 역시 베테랑이 힘을 발휘해야 한다. 삼성 라이온즈 윤성환(38)이 베테랑 선발의 자존심을 한껏 드러내며 승리를 이끌었다.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이탈해 1선발을 맡게 된 윤성환은 4일 잠실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7이닝 동안 7안타 1볼넷을 내주고 1실점으로 틀어막는 역투를 펼쳤다. 윤성환을 앞세운 삼성은 2대1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삼성은 지난달 25일 저스틴 헤일리를 퇴출한데 이어 지난 2일에는 덱 맥과이어마저 부상을 이유로 2군으로 내려보냈다. 주축 선발 2명이 빠진 상황에서 윤성환이 로테이션을 지탱해야 할 1선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윤성환은 지난달 13일 LG전 이후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이어가며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윤성환은 92개의 공을 던졌고, 삼진은 2개를 솎아냈다. LG전 2연패, 잠실 3연패, 원정 3연패의 사슬을 끊고 시즌 7승(6패)을 따낸 윤성환은 평균자책점도 4.42에서 4.21로 낮췄다. 개인통산 134승을 달성한 윤성환은 현역 최다승 기록인 두산 베어스 배영수의 138승에 4승차로 다가섰다.
LG 선발 케이시 켈리와의 팽팽한 투수전 속에서 윤성환은 주무기인 슬라이더와 커브, 안정된 제구력을 앞세워 LG 타선을 잠재웠다. 팀내 선발 가운데 '맏형' 격인 윤성환이 마운드에서 베테랑의 힘을 발휘하자 동료 야수들도 여러 차례 호수비를 연출하며 이상적인 경기 밸런스를 보여줬다.
윤성환은 1회말 1사후 오지환과 김현수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흔들리는 듯했지만, 카를로스 페게로를 중견수 뜬공, 채은성을 3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1-0으로 앞선 2회에는 내야수들의 기가 막힌 수비가 나왔다. 윤성환은 선두 박용택에게 내야안타, 김민성에게 좌전안타를 내줘 무사 1,2루에 몰렸다. 그러나 유강남의 땅볼을 3루수 이원석이 삼중살로 연결하면서 그대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시즌 1호, 통산 72호 삼중살이었다. 동료 야수들의 도움으로 안정을 찾은 윤성환은 3회를 삼자범퇴로 요리했다.
하지만 4회말 2안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선두 김현수에게 118㎞ 체인지업을 던지다 우중간 2루타를 내줬다. 페게로와 채은성을 연속 1루수 땅볼로 잡아냈으나, 박용택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김민성에게 126㎞ 체인지업을 한가운데로 꽂다 좌전안타를 얻어맞고 실점을 했다. 그러나 실점은 거기까지였다.
윤성환이 5회를 다시 삼자범퇴로 틀어막자 삼성은 6회초 켈리를 상대로 이원석이 희생플라이를 터뜨리며 한 점을 추가해 2-1로 다시 리드를 잡았다. 이어 윤성환은 6회를 1안타 무실점, 7회를 무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선발 7이닝 임무를 완수했다. 윤성환이 올시즌 7이닝 이상을 던진 것은 지난 5월 8일 대구에서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한 9이닝 2안타 완봉승에 이어 두 번째다.
경기 후 윤성환은 "이닝을 많이 던지는 것이 선발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한다. 오늘 이닝을 길게 던진 게 가장 기분 좋다. 삼중살은 야구하면서 나도 처음 경험해 본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특히 슬라이더가 잘 들어갔다"면서 "현역 최다승에 대한 욕심을 전혀 없고 의식하지도 않는다. 좋은 후배 투수들도 많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