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한국 프로야구에는 미국과 다른 독특한 응원 문화가 있다.
관중과 선수의 일체감이 강하다. 미국 팬들이 점잖게 맥주를 마시며 좋은 플레이에 휘파람을 불고, 기립 박수 정도만 친다면 한국 팬들은 다르다. 선수마다 응원가를 만들어 열광적으로 발산하며 어느덧 팬과 선수가 하나가 된다.
미국에서만 뛰다 한국무대를 처음 밟은 삼성 라이온즈 맥 윌리엄슨(29)은 "미국에서는 야구를 치고 받고 달리는 것에 집중하는 등 그야말로 스테레오타입 하게 했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배트플립도 있고, 팬들의 열광적 응원도 있다. 정말 대단한 경험이다. 처음에 타석에 설 때 궁금했다. 집중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다. 그런데 노래가 나오면서 응원해주니 오히려 집중 더 잘 할 수 있게 되더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 독특한 응원문화에는 중독성이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다 미국으로 건너간 선수들은 익숙해진 유니크하고 열정적인 응원 문화가 그립다. 그라운드 밖에서 이방인인 해외 진출 한국선수들은 그라운드 내에서도 팬들과 일체감을 가지기 힘들다. 언어, 문화적 어려움 속에서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가중시키는 요소기도 하다.
오승환(37)이 삼성 팬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1년 전부터 국내 복귀를 언급한 그의 수구초심을 자극한 장본인은 바로 열혈 팬들이었다. 꼬리표 처럼 따라다닐 과거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한 논란을 무릅 쓰고 한국행을 결심한 이유의 상당 부분은 국내 팬들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그만큼 오승환의 타향살이, 특히 미국 생활은 힘들고 외로웠다.
그런 오승환을 삼성 팬들은 뜨겁게 환영해 주고 있다. 복귀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 의사를 보내며 당사자를 뭉클하게 했다. 징계 소화 등 다소 난감한 계약 절차에도 불구, 삼성이 오승환 영입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일사천리 계약을 완성한 배경에는 '끝판왕'의 마지막 모습을 함께 하고픈 삼성 팬들의 염원이 있었다. 만에 하나 오승환 영입에 우물쭈물한 태도를 보이다 무산됐을 경우 구단이 받았을 비난의 쓰나미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만큼 삼성 팬들의 오승환 컴백에 대한 지지는 압도적이었다.
그런 고마운 팬들 앞에 '끝판왕'이 선다. 토요일인 10일 대구 신축구장인 라이온즈파크에 첫 걸음을 한다. 이날 오후 라이온즈파크를 찾아 그리웠던 선수단과 인사를 나눈다. 경기 전 언론 인터뷰와 경기 중간에 21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전달 받고 팬들에게 인사를 할 예정이다. 이날은 토요일인데다 오승환이 해외 진출 이후 라이온즈 팬들을 처음 만나는 자리라 많은 관중이 그를 뜨겁게 환영해줄 것이 확실시 된다.
오승환을 국내로 오게 한 삼성 팬들은 '끝판왕'을 어떤 환영의 모습으로 맞이할까. 라팍에 뜰 오승환, 팬들의 반응은 이날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