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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C '혐한방송' 파문 일파만파…한국시장 퇴출 '카운트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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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에 1병씩 팔린다는 '딥클렌징 오일'로 유명한 일본 화장품 브랜드 DHC의 혐한 논란이 '퇴출'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DHC의 자회사 채널 'DHC테레비'의 시사프로그램에서 최근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조롱한 것은 물론, 지속적인 '혐한 콘텐츠'를 방송한 것이 드러나자, 불매운동을 넘어 퇴출운동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한국에 진출한 DHC는 화장품과 다이어트 식품 등을 판매해 2017년 기준 매출 99억4300만원·당기순이익 22억원을 기록했다. 일본 지진으로 인한 방사능 논란 이후 홍대와 강남 등에 있던 직영매장을 철수했고, 현재는 헬스앤뷰티(H&B) 스토어와 온라인 쇼핑몰, 홈쇼핑 등을 통해 영업 중이다.

그러나 12일 랄라블라, 롭스 등 H&B 스토어들이 일제히 발주 중단 및 매장 철수 등을 발표하면서, '퇴출'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게다가 같은 날 브랜드 모델이었던 정유미가 초상권 사용 철회와 모델 활동 중단을 선언하면서, DHC 퇴출운동의 큰 파장을 확인했다.



▶ 한국서 올린 매출로 '혐한 방송'…회장 '극우 성향' 수면 위로

DHC의 자회사인 'DHC테레비'에서 최근 혐한 발언이 담긴 유튜브 콘텐츠 '진상 도로노몬 뉴스'를 방송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극우 인사들이 출연한 이 프로그램에서는 최근 백색국가 배제와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을 둘러싼 '문제성 발언' 릴레이가 이어졌다.

출연 패널이 "한국은 원래 바로 뜨거워지고 바로 식는 나라이니 일본은 그냥 조용히 두고 봐야 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한국인들이 촛불집회에서 촛불을 들고 'NO 아베'라고 하던데, 그 양초도 일본 제품이니 불매 리스트에 넣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또다른 패널은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예술성이 없다"며, "내가 현대미술이라고 소개하며 성기를 내보여도 괜찮은 것인가"라는 망언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한국인을 비하하는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하며 "조센징은 한문을 문자화하지 못했고, 일본인이 한글을 통일해 지금의 한글이 됐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리기까지 했다.

문제는 'DHC테레비'의 '혐한 방송'이 단지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5년부터 DHC가 제작한 유튜브 방송인 '진상 도로노몬 뉴스'는 출연진 대부분이 극우 인사로 구성됐고, 2017년 3월까지는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된 바 있다.

평소 난징 대학살 등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부정은 물론 한국과 중국에 대한 폄하 및 비방이 여과없이 이루어지고, 방탄소년단의 원폭 티셔츠 등을 거론하며 한국을 '곤란한 이웃'으로 지칭하는 특별방송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출연 패널들이 지상파에도 진출한 데다, 현재 'DHC테레비'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46만명이 넘는다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러한 '혐한 논란' 중심에는 요시다 요시아키 DHC 회장이 있다.

일본의 역사 왜곡 바로잡기 및 전범기 퇴치 운동을 꾸준히 진행해 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요시다 DHC 회장은 일본 내에서도 대표적인 극우 성향 인사"라면서, "3년 전에도 재일동포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요시다 회장은 지난 2016년 DHC 공식 홈페이지에 재일동포를 겨냥해 "사이비 일본인은 일본에 나쁜 영향을 끼치니 모국으로 돌아가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된 바 있다.



▶'#잘가요DHC'…퇴출운동으로 번진 불매운동

이처럼 DHC가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인 수입이 혐한 방송 제작 비용으로 흘러들어갔다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의 분노가 거세지고 있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자국에선 혐오 콘텐츠를 만들어 내보낸 '이중성'에 대한 비판이다.

특히 그간 일본 기업으로 불매운동 대상이었던 DHC가 혐한 방송까지 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매운동은 DHC의 한국시장 철수를 목표로 한 '퇴출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이와 관련 서경덕 교수는 지난 11일 SNS를 통한 '#잘가요DHC' 해시태그 캠페인을 제안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서 교수는 "DHC 등 '선을 넘은' 일본의 극우기업에 대해서는 불매운동보다 더 강한 퇴출운동을 벌여, 다른 기업들의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며, "#잘가요DHC 해시태그 캠페인을 SNS 상에서 함께 펼친다면 더 빠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DHC코리아 측은 이와 관련 사과 등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논란이 커지자 인스타그램 등 일부 SNS 댓글을 막는 등 성난 민심에 오히려 기름을 부었다. 이에 소비자들은 DHC의 일본 SNS에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댓글을 올리고, 'DHC테레비' 프로그램을 악의적인 콘텐츠로 신고하는 등 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 상황이다.

아울러 12일 H&B 스토어들이 'DHC제품 퇴출'을 일제히 발표하면서, 불매운동 효과가 즉각 반영되고 있다. 롭스는 "DHC 판매를 단계적으로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고, 랄라블라는 온·오프라인 매장 발주를 전면 중단할 방침이다. 업계 1위 올리브영도 일단 DHC 제품 후방 배치 후, 판매 배제를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DHC코리아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 공식입장을 정리 중으로, 13일 중 이에 대한 발표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적극적인 혐한 행위'가 드러난 만큼, DHC에 대한 불매운동은 유니클로나 ABC마트를 대상으로 한 것보다도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또다른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DHC의 중국 폄하 논란도 불거진 만큼, 사업을 확장 중인 현지 매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