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사이영상은 기본, 이제는 MVP다.
'만화'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LA다저스 류현진(32). 그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MVP 수상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미국 각종 매체들은 류현진의 가치가 사이영상을 넘어 MVP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사이영상 수상은 당연한 결론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일단 사이영상이 목표인 류현진으로서는 분위기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투표권자들은 전체적인 분위기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투수의 MVP 수상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과 달리 투수를 위한 상인 사이영상이 있기 때문이다. 사이영상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타자를 위한 상은 없다. 자연스럽게 '사이영상=투수, MVP=타자'의 갈림이 생겨났다.
물론 투수의 사이영상+MVP 동시 석권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최근에는 지난 2014년 류현진의 동료 클레이튼 커쇼가 내셔널리그 MVP와 사이영상을 동시 석권한 바 있다. 그 해 커쇼는 27경기에서 198.1이닝을 소화하며 21승 3패, 평균자책점 1.77, 239탈삼진을 기록했다.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지난 2011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소속이던 저스틴 벌렌더(휴스턴)이 동시 석권의 주인공이었다. 34경기에 등판, 251이닝을 소화하며 24승 5패, 평균자책점 2.40, 250탈삼진을 기록했다.
투수의 사이영상+MVP 동시석권은 당사자만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우선 그 해 유독 타자들 중 어깨를 견줄만 한 특출한 인물이 없어야 한다. 게다가 트리플크라운급 활약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사실 올해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류현진은 충분히 잘하고 있지만 리그에 그만큼 훌륭한 타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인물이 바로 류현진의 동료 코디 벨린저(LA다저스)와 크리스티안 옐리치(밀워키)다. 벨린저는 올시즌 0.317의 타율에 39홈런, 90타점을 기록중이다. WAR가 7.6에 달한다. 경쟁자 옐리치는 0.329의 타율에 39홈런, 85타점을 기록중이다. WAR는 5.9다. 사실상 두 선수가 NL MVP를 놓고 양보 없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두 거물급 타자들의 경쟁을 뚫고 투수 중에는 류현진이 유일하게 언급되고 있다.
미 매체 '팬 사이디드'는 16일(한국시각) 벨린저와 옐리치의 경쟁 구도를 설명하다가 '투수 중에는 적어도 3명 정도 언급할 가치가 있다. 물론 그들 중 오직 류현진 만이 사실상 경쟁자가 될 만한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의 사이영상-MVP 동시석권. 꿈 같은 일이다. 하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류현진에 대한 미국 언론의 포커스가 MVP로 확장되고 있는 현상 만큼은 바람직하다. '류현진의 사이영상은 당연한 일'이란 전제를 깔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