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KIA 타이거즈의 올시즌 최대 고민은 선발진이었다.
에이스 양현종을 제외하고 총체적 난국이었다. 외국인 두 선발투수가 기복을 보였고, 토종 선발 성장도 더뎠다.
KIA 박흥식 감독대행은 이 문제를 정확히 알고 있다. 내년 시즌 재도약을 위해서는 선발 재편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한국야구를 1년 경험한 외국인 두 투수는 반전 가능성이 없다면 교체하면 된다. 판을 뒤집어 새로 짤 수 있다.
다만, 토종선발 발굴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준비가 필요하다. 내년에 쓸 투수를 올시즌 남은 기간 동안 집중 발굴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후보에 올라있는 두 투수는 우완 이민우(26)와 좌완 김기훈(19)이다.
이민우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시즌 두번째 선발 등판인 27일 광주 삼성전에서 6이닝 동안 개인통산 최다인 98구를 던지며 5안타 4사구 3개, 1탈삼진으로 2실점 했다. 비록 패했지만 인상적인 피칭이었다. 빠른공과 슬라이더를 적절히 섞어 삼성 타선의 집중타를 피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7㎞, 평균 142㎞를 기록했다. 슬라이더 최고 구속은 140㎞까지 나왔다. 커브와 포크볼을 던졌지만 사용율은 10% 정도로 미미했다.
사실상 패스트볼, 슬라이더의 투 피치 투수. 하지만 1m86, 90kg 당당한 체구에서 나오는 묵직한 구위는 타자를 충분히 압도할 만한 수준이었다. 선발 경험이 축적될 수록 늘어날 마운드 운영 능력이 더해지면 충분히 선발 한자리를 맡을 수 있는 선수다. 실제 경기 초 고전했던 이민우는 이닝이 거듭될 수록 안정된 투구를 선보였다. 마운드에서 미소도 보였다. 늘어난 여유 만큼 결과도 늘었다.
KIA 박흥식 감독대행은 이민우에 대해 "계속 (선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애당초 선발로 생각했던 자원"이라며 "롱릴리프로 내용이 좋았다. 결과가 좋으면 계속 선발로 기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일단 기회는 잡았다. 향후 과제는 멘탈과 꾸준함이다. 경기 초반부터 얼마나 자기 공을 믿고 씩씩하고 공격적으로 공을 던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조짐은 좋다. KIA에 듬직한 우완 토종 선발 자원이 내년 시즌을 정조준하고 있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