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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리포트]KIA-삼성의 '명가재건' 꿈, 프로야구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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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이 두 팀이 붙어도 관중이 없네요."

KIA 타이거즈 vs 삼성 라이온즈의 14차전이 열린 2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오전부터 추적추적 내린 비로 관중석은 유독 더 한산했다.

특히 1루 측 삼성의 원정 응원석은 텅텅 비었다. 늘 보이던 원정 응원단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프로야구 경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한산했다. 이날 챔피언스필드에는 5840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격세지감이다. KIA와 삼성은 KBO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이었다. KIA타이거즈는 해태 시절까지 통산 V11로 최다 우승팀. 삼성 라이온즈는 8회 우승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만큼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영호남 명가다. 90년대까지 타이거즈가 전성기를 구가했고, 라이온즈는 2010년대 초·중반을 완벽하게 지배했다. 두 팀은 가을잔치를 멋지게 치를 수 있는 신축 구장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나마 KIA는 새 구장 입주 후 가을잔치와 우승을 경험했다. 하지만 삼성은 아직까지 새 집에 가을손님을 초대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시즌 두 팀의 행보는 세월 무상이다.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려워졌다. 27일 현재 승차 없는 7,8위를 기록중이다. 명문 두 팀의 부진은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 등 인기구단의 부진과 맞물려 올시즌 프로야구 흥행에 찬 물을 끼얹었다. 팬들은 더 이상 뻔한 승부에 열광하지 않는다. 흥행의 핵심은 예측 불가능한 다이내믹함이다. 자칫 상·하위 팀의 구도가 고착화 될 경우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는 없다.

한국 프로야구를 이끌어온 명가와 인기구단들.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남은 시즌과 오프 시즌, 뼈를 깎는 대대적 변화가 없으면 반전은 없다. 그럴 정도로 상위권과 하위권의 전력 차는 이미 분명하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KIA의 전신 해태와 삼성은 한국시리즈 단골 초대손님이었다. 가을 마다 영호남이 들썩였다. 그릇된 팬심 속에 상대 팀 버스가 전소될 정도로 두 팀의 승부욕은 선수단을 넘어 팬들에게까지 전이됐다. 두 팀은 1993년을 끝으로 더 이상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만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투수 부진 등의 엇박자 속에 올시즌은 급기야 하위권으로 동반 추락 했다.

이제 다시 한번 타이거즈 vs 라이온즈의 짜릿한 라이벌 구도와 뜨거운 승부를 되살려야 할 때다. 고향팀의 향수를 품은 지방 인기구단들이 살아나야 한다. 명가재건 없이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는 없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