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9년차, 1986년생 센터백 강민수(33)는 지난 24일 K리그1 27라운드 상주 상무와의 홈경기 직전 7월의 최우수선수상(현대중공업 후원)을 수상했다. 7월, 울산의 무패행진(4승2무) 속에 가장 헌신적인 플레이를 보여준 선수로 선정됐다. 0-0으로 팽팽하던 전반 21분, 세트피스에서 해결사 강민수의 머리가 번쩍 빛났다. 일찌감치 울산의 선제골이 터졌다. 5대1 대승의 시작이었다. 전북전 0대3 참패의 시련을 딛고 다시 울산이 1점차 선두를 탈환했다.
27라운드 베스트11에도 당연히 이름을 올렸다. 강민수는 이날 선제골 장면에 대해 "훈련 때 세트피스를 중점적으로 연습했다. 연습 때는 헤딩이 잘 안들어가서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짐을 뜻하는 은어)' 됐었는데 경기 땐 한 번에 들어갔다"며 웃었다.
강민수는 자타공인 울산맨이다. 2005년 전남에서 프로 데뷔해 전북, 제주, 수원 등을 거치다 2011시즌 이후론 울산에 안착했다. 8시즌간 208경기를 뛰었다. 올시즌 16경기 3골은 수비수 강민수의 '커리어하이'다. 가장 많은 나이에, 가장 적은 경기를 뛰면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비결을 묻자 강민수는 "운이 좋았다"고 자신을 낮췄다. 낮게 몸을 던진 헤더가 절실했다는 말엔 "어찌 보면 한편으로는 절실하다. 한편으로는 마음을 많이 비운 부분도 있다"고 했다.
올시즌 강민수는 27라운드까지 절반 남짓한 16경기를 뛰었다. 지난 시즌엔 30경기에 주전으로 나섰었다. 올시즌 윤영선, 불투이스가 영입되면서 센터백 로테이션이 가동됐다. 수비라인뿐 아니라 14년만의 우승을 목표로 한 울산이 각 포지션에 더블스쿼드를 갖추면서 주장 이근호, 부주장 박주호, 국대 출신 김창수, 강민수 등 내로라하는 에이스들도 벤치를 지키는 상황이 됐다.
울산의 힘은 벤치 뒤에서 인상 쓰지 않는 이 '실력파' 고참들로부터 나온다. 강민수는 "선수라면 당연히 경기에 나가고 싶고, 못나가면 안좋은 건 당연하다.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 절대 개인 감정으로 표현하면 안된다"고 했다. "훈련장, 경기장에서 기회가 왔을 때 왜 자신이 나가야하는지 증명하는 걸로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보다 팀이 먼저다. 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속으로 칼을 갈고 있지만 누구도 감정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대신 훈련장,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으로 표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강민수는 "다들 솔선수범하려고 노력한다. 가끔 후배들을 다그칠 상황이 생기면 요즘 세상에 주저할 때도 있는데 우리는 필요할 땐 이야기한다. 김도훈 감독님도 고참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시고 믿어주신다. 특히 (이)근호가 주장으로서 역할이 크다. 저, (김)창수, (박)주호가 함께 돕는다. 고참 선수들이 먼저 솔선수범 하면 어린 선수들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울산 팬들이 '강한 수비' 강민수를 아끼듯, 강민수의 울산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이곳 울산에서 결혼도 하고 선수로서 자리도 잡고, 아이도 낳았다. 그 아이가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울산은 내 인생의 중요한 일부"라고 했다.
K리그 통산 387경기를 뛴 베테랑이다. 400경기까지 13경기가 남았다. 올시즌 스플릿리그까지 남은 경기는 11경기, 대기록을 내년으로 미루게 됐다는 말에 강민수는 "400경기는 내 마음속 오랜 꿈이다. 기록은 언젠가 채우면 된다"고 했다.
개인기록보다 울산의 우승을 앞세웠다. 강민수는 울산에서 리그컵-FA컵-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모두 경험한 유일한 선수다. 마지막 남은 하나의 우승컵, 리그 우승의 꿈은 절실할 수 밖에 없다. "전북과의 우승다툼이 마지막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 엎치락 뒤치락 갈 것이다. 매경기 결승전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한다. 그런 간절함이 경기장에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넣는 수비수로서 '커리어하이' 경신보다 수비수 본연의 임무, '클린시트' 철벽수비를 강조했다. "나는 내가 골을 넣고 5대1로 이기는 것보다, 골 안먹고 1대0으로 승리하는 경기가 기분좋다"고 했다.
울산의 우승을 염원하는 팬들을 향해 믿음직한 한마디를 남겼다. "우승을 장담할 순 없지만 선수, 감독님, 코칭스태프, 프런트 등 울산 전체가 한마음으로 간절히 원하고 준비하고 있다. 팬들을 위해 끝까지 한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약속드릴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원팀'을 강조하는 베테랑 수비수의 말에서 울산이 올시즌 왜 질기고 강한지 확실히 알 것같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