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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달아나지 못하면 진다' LG 빅이닝 실패가 부른 충격의 역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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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야구는 물과 같다. 흐르는 방향이 한순간에 바뀔 수 있다.

물길을 잡은 팀, 가속도를 내야 한다. 유속이 느려지면 언제 어떻게 방향이 뒤바뀔 지 모른다. 특히 선수들의 집중력이 몇 배가 되는 단기전은 더욱 그렇다.

LG 트윈스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아쉬운 역전패를 했다. 시리즈 향방을 가를 수 있었던 중요한 승부. 불펜이 승리를 날렸지만 근본 원인은 타선에 있었다. 벌려야 할 때 확실하게 벌리지 못했다. 남겨둔 불씨가 결국 화근이 됐다. 특히 키움 히어로즈 같은 가공할 타선을 상대해야 할 불펜진의 부담을 덜어줬어야 했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 후속타 한방이 모자랐다.

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LG 타선은 KBO리그 포스트시즌이 처음인 키움 선발 요키시를 초반부터 강하게 몰아붙였다. LG 벤치의 승부수였던 '김민성 2번 카드'가 제대로 통했다. 1회초 1사 후 김민성의 2루타와 이형종의 안타로 잡은 1,3루에서 김현수의 적시타가 터졌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이어진 1사 1,2루에서 채은성의 1루수 직선타 때 2루주자 이형종의 귀루가 늦었다. 더블아웃으로 이닝 종료. 1루수 키를 넘어가는 공을 확인하고 뛰었어도 득점할 수 있었던 코스였기에 주루 아쉬움이 컸다.

1-0으로 앞선 2회초에도 흔들리는 요키시를 다운시키지 못했다. 2사 후 사구-안타-볼넷으로 만든 만루 찬스에서 김민성이 밀어내기 볼넷으로 추가점을 올렸다. 이어진 2사 만루. 적시타 한방이면 정신 없던 요키시와 키움을 좌절시킬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이형종은 아쉽게 내야 뜬공으로 물러났다.

2-0이던 3회초 역시 아쉬움이 컸다. 1사 후 채은성 박용택의 연속 안타에 이은 유감남의 적시 2루타로 3-0을 만들었다. 이어진 1사 2,3루. 최소 1점이라도 추가했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주현의 땅볼이 전진수비하던 1루수 박병호의 미트에 빨려 들어갔다. 홈 송구로 3루주자 태그 아웃. 구본혁의 잘맞은 타구는 좌익수 정면을 향했다.

1,2,3회 모두 빅이닝이 될 수 있었던 상황. 1점씩만 올린 채 지나간 순간이 두고두고 찜찜했다. 3-0으로 앞선 6회초 1사 후에는 구본혁의 절묘한 번트 안타와 볼넷, 김민성의 안타를 묶어 만루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믿었던 중심타자 이형종 김현수가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추가점에 실패했다. LG 류중일 감독이 경기 후 "타순 변화로 초반 분위기를 가져와 기분이 좋았는데 6회초 만루 찬스 때 3,4번에서 추가점을 못낸 것이 아쉬웠다"고 복기할 만큼 LG로선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결정적 한방이 모자랐던 타선. 선발 차우찬에게 부담을 안겼지만 노련한 차우찬은 7이닝 동안 5안타 1실점으로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문제는 젊은 투수가 많은 불펜진이었다. 김대현과 고우석 등 포스트시즌 경험이 부족한 영건들은 한방이 있는 키움 타선을 상대로 단기전 압박감을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4-1로 앞선 8회말 김대현이 박병호에게 추격의 투런포를 허용했다. 고우석은 4-3으로 앞선 9회 2사 3루에서 서건창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았다. 졸지에 쫓기는 입장이 된 LG는 결국 10회말 주효상에게 끝내기 땅볼을 내주며 2연패를 당했다.

두고두고 아쉬웠던 이날의 승부. 표면적으로는 불펜 잘못이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확실하게 달아나지 못한 타선 책임이 컸던 경기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