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10년 전만 해도 K리그 프로팀들이 산하 유스팀에 장기 투자하는 걸 꺼려했다. 모든 평가가 정규리그 팀 성적에 달렸던 시절, 미래 먹거리는 뒷전으로 밀렸다. 시도민 구단 CEO들의 평균 재임기간이 3년을 넘기 어려웠던 만큼 당장 눈앞의 성적에 집중하는 근시안적인 팀 경영의 연속이었다.
이런 K리그의 시각을 전향적으로 바꾸는 데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K리그 전 구단에 연령별 유스팀 보유를 의무화한 것이 2008년이었다. 이후 10여년의 시간 흘렀다. 현재 K리그 전 구단이 유소년 클럽 18세팀, 15세팀, 12세팀 운영을 의무적으로 하고 있다. 2008년부터 'K리그 주니어'가 연중 리그로 돌아가고 있다. 또 2015년부터 하계 토너먼트 대회로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이 열리고 있다. 전 경기가 야간에 열리는 등 회를 거듭할수록 참가 선수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또 영상분석 시스템 등을 도입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를 통해 유스 챔피언십은 국내 유스 대회 중 최고 명품 대회로 자리잡았다. 이 과정 속에서 1년에 유스팀에 많게는 수십억원을 투자하는 구단도 생겨났다. 전문가들은 "올바른 투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길게 보고 뿌린 씨앗들이 올해 U-20 월드컵 우승에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7년부터 K리그 유소년 클럽 시스템의 정확한 평가와 진단을 위해 '유소년 클럽 평가 인증제'를 도입했다. 2013년부터 매년 K리그 산하 유소년 지도자를 해외로 보내 선진 시스템을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K리그 산하 유소년 클럽 선수(17세 이상)의 준프로계약 제도를 만들었다. K리그가 키워낸 유망주들을 무분별한 해외 이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다.
올해 6월 우리나라 리틀 태극전사들은 국제축구연맹(FIFA) 폴란드 U-20 월드컵서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결승전서 우크라이나에 아쉽게 졌지만 한국 남자 축구가 FIFA 주관 대회에서 결승에 오른 건 처음이었다.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쓴 주인공 중에 K리그 유스팀 출신들이 많았다. 정정용호 선수 21명 중 K리그 소속은 총 15명이었다. K리그 유스 출신은 12명. K리거 또는 K리그 유스 출신은 총 18명. 10세 때 스페인으로 떠난 미드필더 이강인(발렌시아) 정호진(고려대), 골키퍼 최민수(함부르크)를 빼고는 전원이 K리그와 그 유스 시스템을 통해 성장했다. 이전 두 차례 U-20 대표팀과 비교해보면 K리그 선수 및 유스 출신의 비중은 2013년 터키 대회(K리그 소속 6명, K리그 유스 출신 7명), 2017년 한국 대회(K리그 7명과 K리그 유스 출신 11명) 보다 증가했다.
이번에 정정용호의 공격을 이끈 장신(1m93) 스트라이커 오세훈(아산)은 울산 현대고 출신으로 K리그1 울산 유스 출신이다. 매탄고 출신 수원삼성 전세진도 수원 유스가 키워낸 공격수다. 허리 진영에선 이강인(발렌시아) 정호진(고려대)을 뺀 김정민(리퍼링, 금호고 출신) 고재현(대구FC) 박태준(성남, 풍생고 출신) 김세윤(대전, 충남기계공고 출신)이 K리거 또는 K리그 유스 출신이다. 수비라인에선 주장 황태현이 광양제철고를 거쳐 안산(K리그2)에서 뛰고 있다. 4강 에콰도르전 결승골 주역 수비수 최 준은 울산 현대고 출신으로 연세대 소속이다. 김현우도 울산 현대고 출신으로 울산에서 디나모 자그레브(크로아티아)로 임대됐다.
전문가들은 "유스 강화 정책은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우리 K리그 팀들이 당장은 어렵고 힘들지만 유망주를 키우는데 더 많은 노력과 예산을 쏟고 또 자신의 팀에 맞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