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은 '단기전의 달인'으로 통한다. 2004년부터 7년여 동안 두산 베어스를 지휘했을 때 두 차례(2006년, 2011년)를 제외하고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이 중 한국시리즈는 세 차례나 밟았다.
두산 사령탑 시절이던 2008년에는 감독 커리어에서 가장 큰 환희를 맛봤다. 베이징올림픽대표팀을 이끌면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프로야구 인기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2012년부터 6년여간 NC 다이노스의 지휘봉을 잡았을 때도 2014년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2016년에는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기적을 연출하기도 했다. KBO리그에선 '만년 준우승 감독'이라는 꼬리표가 붙었지만, 김 감독만큼 단기전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도 많지 않다. 그가 대표팀 수장으로 다시 선택받은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떡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했던가. 김 감독은 단기전에서 살아남는 노하우를 모두 활용할 예정이다. 그 열쇠로 단연 '첫 경기 승리'를 꺼냈다. 김 감독은 지난 2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서울 고척스카이돔으로 대표팀 훈련장소를 옮긴 뒤 첫 훈련을 앞두고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뭐니 뭐니 해도 첫 경기를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팀 분위기도 살고 선수들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가벼워질 수 있다. 그래서 호주와의 1차전에 총력전을 펼치려는 이유"라고 밝혔다.
한국은 내달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호주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C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2020년 도쿄올림픽 예선전을 겸하는 대회다. 그야말로 '올인' 전략이다. 내달 1일 푸에르토리코와의 평가전은 호주전을 위한 맞춤형 모의고사가 될 전망이다. 지난 26일 막을 내린 한국시리즈를 치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이 29일 합류하기 때문에 푸에르토리코전에는 될 수 있으면 전력을 100% 가동하지 않을 전망이다. 기존 보름여와 2주 이상 훈련을 한 선수들 위주로 라인업이 짜여진다. 다만 1차 평가전에 중용될 투수들은 로테이션상 호주전에 그대로 나설 공산이 높다. 때문에 김 감독은 에이스들을 총출동시킨다. 양현종-김광현-차우찬에게 6~7회까지 맡길 예정이다. 김 감독은 "세 명의 투수들이 나란히 2이닝 정도 소화할 것이다. 결국 투구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공을 적게 던지면 3이닝도 던질 수 있고, 투구수가 많으면 1이닝으로 끝날수도 있다. 이후 불펜 투수들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전을 대비한 실전경기에서 KIA 타이거즈-SK 와이번스-LG 트윈스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를 연달아 투입하는 건 필승전략을 이미 마련해놓았다는 것. 무엇보다 일본으로 건너가 대학팀, 사회인팀과 6차례 연습경기를 치르는 호주를 전력분석 중인 김평호 코치에게 "호주는 타자보다 투수 쪽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참고한 김 감독이다. 호주전 승리를 위해선 타자들의 득점지원이 중요하지만 투수 경쟁에서 밀릴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타자들이 최대한 힘을 낼 수 있게 최대한 마운드에서 잘 막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현종도 피칭 플랜에 대해 "이닝별로 끊어서 던져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6~7이닝을 소화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안배를 하면서 던지는 것이 아니라 그 이닝만 막는다는 생각으로 던지겠다는 것. 1회부터 전력을 다해서 피칭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김 감독의 걱정은 KBO리그와 다른 공인구다. 대회 공인구는 일본 업체인 사사키에서 제공한다. 그래도 서울 라운드에서 쓰이는 공은 한국 업체인 스카이라인에서 제조했다. 김 감독은 "지금 타자들의 배팅량을 늘린 상태인데 선수들 얘기를 들어보면 올해 KBO리그의 공인구보다 잘 나간다고 하더라. 공 느낌도 약간 딱딱하더라. 타자들은 걱정이 안되는데 반대로 투수가 걱정"이라고 전했다. 고척=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