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로컬 시상식이요? 청룡영화상도 세계적인 시상식이라 자부해요!"
칸을 찍고 청룡을 넘어 내년 2월 아카데미 도전을 목전에 둔 봉준호 감독(50). 그의 특유의 위트는 청룡의 자리에서도 통했다.
지난 21일 성황리에 마무리된 제40회 청룡영화상. 봉준호 감독은 청룡 최고의 영예인 감독상을 수상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올해 청룡에서 감독상을 비롯해 최우수작품상, 여우주연상(조여정), 여우조연상(이정은), 미술상(이하준) 등 5관왕을 휩쓸며 지난밤을 뜨겁게 달궜다.
'기생충'은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을 통해 지구촌 보편적인 현상인 빈부격차를 다뤘다. 특유의 블랙 코미디 속에 날카로운 풍자적 시선을 담아냈다. 한국 사회를 넘어 전 세계가 직면한 현실적인 빈부 문제를 꿰뚫는 날카로운 메시지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다. 국내에선 전작을 뛰어넘는 역작으로 1000만 관객을 모으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지난 5월 한국영화 최초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봉준호 감독. 그와 청룡의 인연도 남다르다. 2006년과 '괴물', 2009년 '마더'로 최우수작품상, 2013년 '설국열차'로 감독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올해 청룡에서 두 번째로 감독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차지했다. '현존 최고의 감독'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봉준호 감독은 청룡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올해 최고의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것.
수상 직후 스포츠조선을 만난 봉준호 감독은 지난달 미국 개봉 이후 폭발적인 반응에 대해서도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생충'은 내년 2월 열리는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작품상 등 여러 부문 유력 후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칸에 이어 한국 최초 아카데미 진출 역시 높은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은 일거수일투족 화제를 낳고 있다. 특히 미국 개봉을 앞두고 현지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은 "지난 20년 동안 한국 영화가 미친 큰 영향에도 불구하고 단 한 작품도 오스카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카데미는 국제 영화제가 아니지 않나? 미국을 대표하는 영화제로, 로컬 시상식이다"고 소신을 전해 전 세계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봉준호 감독은 "청룡영화상은 로컬 시상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충분히 세계적인 시상식이라 자부한다"며 재치를 드러냈고 이어 아카데미에 대한 기대치에 "전혀 예측을 못 하겠다. 워낙 복잡한 시상식이다. 70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투표하는 상이라 더욱 예측할 수 없다. 그저 덤덤히 기다리겠다"고 웃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