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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회 청룡영화상] "나의 두 여자에게 상 바친다"…'캐릭터 장인' 조우진의 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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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지금 내 모습을 보고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 기뻐하고 있을, 집에 있는 두 여자에게 이 상을 바칩니다."

1999년 데뷔해 올해 20년 차를 맞은 배우 조우진(40). 오랜 무명의 설움을 한 번에 날린 감동의 소감이 지난밤 관객의 콧잔등을 시큰하게 만들었다.

지난 21일 열린 제40회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조연상의 주인공으로 등극한 조우진. 국가 부도까지 남은 시간 단 일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배팅하는 사람, 그리고 가족과 회사를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1997년 IMF 위기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국가부도의 날'에서 국가 위기를 이용해 새 판을 짜려는 야망의 재정국 차관을 연기한 조우진은 올해 청룡이 선택한 최고의 '신 스틸러'로 이름을 올린 것. '가장 보통의 연애'의 강기영, '기생충'의 박명훈, '나의 특별한 형제'의 이광수, '극한직업'의 진선규 등 충무로에서 난다 긴다 하는 명품 신스틸러의 격전이 벌어진 남우조연상에서 조우진은 데뷔 이후 인생 첫 수상의 기쁨을 만끽하게 됐다.

유독 상복이 없었던 조우진은 데뷔 20년 만에, 또 16년의 무명을 딛고 얻은 쾌거로 값진 의미를 새겼다. 1999년 연극 '마지막 포옹'으로 데뷔해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에서 조·단역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숨겨진 실력파 배우로 입소문이 난 조우진은 2015년 11월 무려 707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내부자들'을 통해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의 서막을 열었다. "여 썰고"라는 명대사를 남긴 그는 단번에 충무로에서 제일가는 '대세' 배우로 떠올랐다.

이후 '더 킹' '보안관' '부라더' '남한산성' '강철비' '1987' '국가부도의 날' '마약왕' '봉오동 전투'까지. 악역과 선역, 코미디와 사극 등 캐릭터 불문, 장르 불문 한계 없는 열연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4년간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스크린 '다작 배우'가 됐지만 그럼에도 이미지 소비 없는 다양한 캐릭터 변주를 시도, 관객의 지지를 얻은 조우진은 이제 믿고 보는 '변신의 귀재' '캐릭터 장인'으로 충무로의 없어서는 안 될 보석이 됐다. 그런 그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캐릭터로 관객을 섬뜩하게 만든 '국가부도의 날'을 통해 20년 노력과 열정, 피 땀 눈물을 인정받았다. 청룡의 마음을 빼앗은 새로운 '심(心) 스틸러'의 탄생이다.

조우진의 남우조연상에 모두의 축하와 응원이 쏟아졌다. 특히 '국가부도의 날'에서 날 선 대립각을 세워야만 했던 김혜수의 뜨거운 지지가 컸다. 김혜수는 수상자로 호명된 이후 얼떨떨한 표정으로 무대에 올라오는 조우진을 향해 "'국가부도의 날'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물론 이러한 동료들의 성원에 화답도 잊지 않은 조우진이다.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조우진은 "아…"라며 벅찬 마음을 눌렀고 이어 차오르는 먹먹함을 누름과 동시에 "죄송하다. 나도 '기생충'이 받을 줄 알았다"라는 센스있는 재치를 드러냈다.

그는 "함께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 정말 영광스럽게 만들어준 박명훈, 진선규, 내 동생 강기영, 이광수까지 감사드린다. 먼저 이 훌륭한 작품에 참여하게 해준 영화사 집의 이유진 대표, 감사하다. 현장에서 늘 나의 든든한 동반자가 된 최국희 감독과 든든하게 곁에서 격려해준 선배들도 계셨다.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설레게 해준 (유)아인 씨도 감사하며 무엇보다 이분을 빠트리면 안 된다"며 "현장에서 늘 신나게 해 주고 늘 긴장되게 해주고 놀라게 해준, 또 힘 나게 해준 사랑하는 (김)혜수 누나 정말 감사드린다. 그리고 나의 소울메이트 유형석 대표, 차우진 실장에게도 감사하다. 하염없이 부족하기만 한 나를 무한 가득 채워주는 팬들 사랑한다"며 '국가부도의 날' 팀원과 김혜수, 또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소속사 유본컴퍼니 식구들도 살뜰하게 챙겼다.

조우진 소감의 클라이맥스는 오랜 시간 자신의 뒤를 묵묵히 지켜온 아내와 딸에 대한 애틋한 한 마디였다. 앞서 조우진은 지금의 아내와 11년간 연애 끝에 지난해 10월 뒤늦은 결혼식을 올렸다. 슬하에 딸도 가진 '딸바보' 아빠이기도 한 그는 수상소감의 대미를 아내와 딸에 대한 사랑으로 장식했다.

조우진은 "문뜩 떠오르는 말이긴 하지만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이 일(연기)인 것 같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다면, 버텨야만 한다면 이 상을 지표 삼아서 늘 그랬듯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 트로피를 들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기뻐하고 있을 집에 있는 두 여자에게 이 상을 바치겠다"고 울먹였다.

작품마다 '인생 캐릭터'를 쓰는 남자, 배우, 남편, 그리고 아빠 조우진. 인생 첫 남우조연상이 앞으로 그에게 어떤 꽃길을 열어줄지 관심이 쏠린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