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곡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저희 아이가 키가 작은데 야구를 계속 시켜도 될까요?" "집안 형편이 따라주지 않는데, 아이가 욕심이 많아요. 레슨을 시켜주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대호가 유소년 야구선수 학부모들 앞에 강연자로 나섰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회장을 맡고있는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는 3일 서울 KBS아레나에서 열린 선수협 유소년 야구클리닉에서 학부모 강좌를 열었다.
유소년 야구 선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참가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좌석이 적지 않은 강의실이 학부모들로 꽉 찼다. 이날 강좌에는 이대호와 선수협 주치의인 최희준 오정본병원 대표원장이 자리해 진솔한 경험담을 들려줬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이대호는 같은 학부모의 마음으로 대화를 나눴다. 야구장에서 보는 모습보다도 훨씬 더 진솔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자신의 어릴적 야구를 시작했던 이야기를 끄집어낸 이대호는 학부모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이대호는 "어릴때 부모님이 안계셔서 할머니 손에 자라며 야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집과 야구부가 있는 학교가 너무 멀어 고민도 했고, 감독님 집에 잠시 얹혀 살면서 눈칫밥도 많이 먹었다. 그래도 회비를 면제해주신다는 그 말에 야구를 시작했다. 중학교때부터는 무조건 친구들보다 잘해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면서 "이제는 돈도 벌었고 내 나름대로는 성공했다고 생각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저 역시 학부모인 마음으로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고싶다"고 했다.
특히 이대호는 어린 유소년 선수들에게 학부모들이 마음을 읽어주고, 운동을 정말 즐거워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대호는 "운동은 정말 선수 본인이 즐거워해서 해야한다. 자기가 좋아서 해야한다. 운동은 정말 힘들다. 본인이 즐기면서 해야 잘될 수 있다"면서 "늘 아이들에게 '야구 재밌어? 힘들면 조금 쉬었다가 할래?' 이런 것들을 물어봐주시라. 그자리에서 당장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아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승부욕은 야구장에서 저절로 생긴다. 부모님들은 아이가 즐겁게 야구를 할 수 있는 마음을 갖도록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학부모들의 질문도 쏟아졌다. 야구를 하는 자녀의 발육 상태나 진학 문제, 운동의 양과 방법 등 현역 프로 선수이자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명인 이대호에게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모든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한 이대호는 "냉정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아이가 운동하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는다면 최대한 빨리 결정을 해주시라. 초등학교 4학년때 그만두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지만, 중학교, 고등학교에 들어서 야구를 그만두면 그때는 따라잡을 수 없다. 끝까지 가야한다. 이런 부분들을 잘 생각하고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하셨으면 좋겠다. 미래의 프로야구선수들을 위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화곡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