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LG 트윈스는 유격수 오지환과 4년 40억원에 계약을 완료함으로써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중요했던 과제 하나를 해결했다. 오지환과의 재계약은 사실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다른 구단서 그를 데려가기는 애시당초 힘들었기 때문이다. FA 계약은 '경쟁'이 결정적인 변수인데, 오지환을 따라붙은 구단은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선수 한 명과 보상금을 주면서까지 데려올 만한 자원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LG가 초반에 매긴 '가격표'도 부담이었다.
그럼에도 LG는 오지환과의 협상에 46일을 소모했다. 계약기간 6년을 원한다는 게 알려지면서 본인은 "LG에서 오래 뛰고 싶은 마음"이라고 표현했지만, 전례가 드문 '과욕'이란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LG는 에이전트와 3번을 만났고, 당사자 오지환과는 도장을 찍던 지난 20일 만났다.
고집을 꺾지 않던 오지환이 시장 상황을 받아들여 백기를 든 건 지난 5일이다. 사실상 협상이 타결된 날이다. 차명석 단장은 전지훈련지 물색을 위해 미국 애리조나를 다녀온 뒤 20일 오지환과 만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협상을 하다보면 오해와 앙금이 생길 수 있다. LG와 오지환 사이에 별다른 감정 싸움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 단장은 협상 기간 내내 "어차피 남을 선수이고 우리 선수이니, 최대한 예우해 주겠다"고 강조했다.
오지환이 40억원의 가치가 있느냐는 사전, 사후로 나눠 어느 쪽을 봐야하는 가와 관련 있다. 기왕 계약한 거 오지환은 '후자'라고 보고 싶다. 앞으로 4년 동안 보여줄 게 40억원어치는 될 것으로 LG는 바라고 있다. LG는 각종 세부 지표를 들어 오지환이 국내 유격수 가운데 공수 실력이 2~3위권은 된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과도 무관치 않다.
앞으로 적어도 4년간 부상없이 주전 유격수 자리를 지켜주면 된다는 게 LG의 생각이다. 그러나 오지환은 타석에서 정확성 부족하고 삼진이 많다. 올시즌에도 134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5푼2리와 113개의 삼진을 기록했다. 타율은 2012년 이후 가장 낮았고, 삼진수는 개인통산 8번째로 한 시즌 세 자릿수에 이르렀다. LG는 이 부분보다는 오지환의 결정적 순간 발휘하는 집중력, 기동력, 수비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LG가 FA와 4년 계약(3+1년 포함)을 한 건 오지환이 14번째다. 내부 FA로는 조인성 박용택(2번) 정성훈 이진영에 이어 6번째. 오지환 입장에서는 본인이 밝힌대로 은퇴할 때까지 LG의 주전 유격수로 뛸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게 의미있다.
2020년은 LG가 야구단을 만든 지 30년이 되는 해다. MBC 청룡을 인수해 1990년과 1994년 우승을 차지한 뒤 '암흑기' 등 25년을 무관으로 보낸 LG는 내년을 포함해 향후 2~3년내 우승을 청사진으로 그려놓고 있다. 2020년은 창단 30주년, 류중일 감독의 계약 마지막 시즌, 박용택의 은퇴 시즌 등 여러 이정표가 예약된 해다. 그리고 오지환의 FA 계약 첫 시즌이다.
우승팀에는 그에 어울리는 선수들이 뛰고 있다고 한다. 1위팀에는 1위의 선수가 있고, 2위팀에는 딱 그런 선수가 있다는 뜻이다. LG가 우승한다면 유격수 오지환도 주축 멤버가 되길 바란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