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지휘관이 갑자기 사라졌다. 어느 정도는 예견된 사태. 하지만 적절한 대비책은 마련돼 있지 않았다. 남기일 전 감독이 계약 기간을 1년 남기고 사퇴한 성남FC가 내년 시즌 큰 혼란을 겪을 듯 하다.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차기 감독 선임 문제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 전감독은 지난 16일 구단 측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 지난 시즌 처음 성남에 부임한 남 전감독은 계약 기간이 원래 내년까지였다. 지난해 K리그1 승격, 올해 K리그1 잔류라는 가시적 성과를 냈기 때문에 남 전감독과 성남의 동행은 일단 내년까지는 유효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이미 올 시즌 선수단 운영 및 외국인 선수 문제와 관련해 남 전감독과 구단 수뇌부간에 마찰이 있었다. 그런 와중에 구단에서 2002 월드컵 영웅 출신인 설기현 전력강화실장을 영입하자 일각에서는 '남 감독 압박용'이라는 설도 나온 적이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남 전감독의 입지는 흔들렸다.
특히나 시즌 종료 후 구단측이 핵심 선수 잔류 및 보강 선수 영입 작업에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남 전감독은 의욕을 상실한 것으로 전해진다. 돌이켜보면 남 전감독의 자진사퇴는 그리 갑작스러운 돌발사태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구단 측은 아직까지 이런 사태에 대한 후속 대책을 뚜렷하게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감독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던 설기현 전력강화실장도 최근 성남 서포터즈와의 공개 미팅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감독직에 뜻이 없음을 밝혔다는 후문도 나오고 있다. 구단 역시 설 실장에 대해서는 "설 실장이 차기 감독으로 부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또한 감독 하마평에 오르거나 감독을 맡을 만한 역량이 있는 인물들은 현재 성남의 구단 상황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은수미 성남시장 겸 구단주의 노력으로 내년 9월에 숙원사업이던 구단 클럽하우스가 준공되고, 여러 인프라도 향상될 예정이지만, 실질적인 운영이나 구단 사정이 아직도 좋지 못한 게 사실이기 때문.
무엇보다 남 전감독과 함께 승격과 잔류 등의 성과를 내 온 핵심 전력들의 대거 이탈이 예상되기도 해서 내년 시즌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 신임감독이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누구도 선뜻 출사표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격려받을 만한 성과를 냈음에도 성남의 2019년 겨울이 춥게만 느껴지는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