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롯데백화점, 이례적 1월 1일 영업의 '짙은 그림자'

by

롯데백화점이 2020년 새해 첫날 서울 본점·잠실점과 부산본점 등을 이례적으로 오픈하면서 도마에 올랐다.

신세계·현대 등 다른 백화점들이 전점 휴점에 들어간 데 반해, 롯데백화점은 '내수 활성화'를 이유로 3개점의 문을 연 것이다.

그러나 갑작스런 영업 통보로 판매 직원들의 원성이 높았다.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린 청원에 대한 동의가 1만명에 육박하는가 하면, 서비스 연맹 노조에 속해있는 일부 브랜드들은 영업을 거부하기도 했다.

오랜 기간 1월 1일 휴점을 고수해 온 업계의 관행을 깬 데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번 롯데백화점 '변칙'의 배경이 실적과 관계있다고 보면서도, 주 52시간이 전방위적으로 도입되는 등 '워라밸'을 강조하는 현재 사회적 상황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 1월 1일 영업 강행에 직원들 거센 반발…화장품 매장 상당수는 문닫아

롯데백화점은 지난 1일 전국 31개 매장 가운데 본점과 부산본점, 잠실점 등 3개점의 문을 열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새해 첫날 도심 나들이 고객과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주요 지역의 대형 점포만 오픈한 것"이라며 "내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전 점포가 휴점한 탓에 유일하게 문을 연 롯데백화점 세 점포는 고객 유치에는 어느정도 성공했다는 평이다.

문제는 영업 결정이 불과 1주일 여를 앞두고 이루어진 탓에 직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평소 주말에 쉬지 못하고 평일에 쉬는 만큼, 1월 1일은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몇 안되는 휴일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오래 전부터 모임 등 휴가 계획을 세웠던 직원들의 실망은 컸다. 게다가 지난 11월과 12월 휴점일이 전무했다는 점에서 원성은 더욱 높아졌다. 일부 직원들은 "불황 타개를 위해 휴점없이 일했던 IMF 때도 신정엔 쉬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타 백화점은 물론 롯데백화점 다른 지점도 휴점하는데 일부 지점만 오픈을 강행한 것에 대한 '형평성 논란' 마저 불거졌다.

지난 12월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월1일 신정에 **백화점이 영업을 한다고 합니다. 말이 됩니까'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 작성자는 "안 그래도 노동시간이 긴 백화점인데 이런 날까지 영업을 해야 한다고 하고 연장근무까지 한다. 노동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며 "백화점도 마트처럼 정기 휴무를 2회씩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해당 청원은 1월 2일 오후 2시 현재 동의 인원이 9000명을 넘어섰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노동조합과 협의를 통해 최소한의 인력만 근무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판매 직원 대다수가 백화점 소속이 아닌 협력 업체(입점 브랜드) 소속인 만큼 '또다른 갑질 논란'을 야기할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백화점의 '얼굴'격인 화장품 매장 상당수가 '브랜드 사정으로 영업하지 않는다'는 고지와 함께 1일 문을 열지 않아 '반쪽짜리 오픈'이라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로레알코리아·록시땅코리아·샤넬코리아·클라란스코리아·한국시세이도 등 서비스 연맹 산하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일부 소속사에서는 근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휴점 일정은 통상 일주일~열흘 전에 협의가 이루어진다"면서, "파트너사에 참여를 타진해 가능한 매장만 영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 '유통 원톱' 강희태 부회장, 새해 첫날부터 '무리수 논란'

이러한 롯데백화점의 새해 첫날 영업 강행은 올해 출범한 '강희태호'의 '강공 신호탄'이라는 분석 또한 나오고 있다.

지난달 인사를 통해 롯데백화점 사장에서 롯데쇼핑 대표이사겸 신임유통 BU(Business Unit)장이 된 강희태 부회장은 승진과 동시에 유통 전권을 거머쥐게 됐다. 롯데는 백화점·마트·슈퍼·e커머스·롭스 사업부문을 롯데쇼핑 대표이사가 단독으로 아우르는 통합법인 체제로 재편한 바 있다. 31일에는 이원준 롯데쇼핑 공동대표의 사임으로, 강희태 부회장 1인 대표체제로 변경됐다는 사실이 공시되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롯데백화점의 신정 영업이 지난해 오프라인 유통매장 실적 부진 만회를 위한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3분기 매출 73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04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8% 늘어났지만, 판매관리비 절감과 인천터미널점 편입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롯데백화점의 경우 경쟁사에 비해 비수도권 점포 비중이 높은 만큼 수익성 제고에도 한계가 있어, 올해 성장률이 향후 사업 방향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백화점이 서비스 업종인 만큼 휴일 근무는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이례적 1월1일 영업 강행이 최근 사회적 트렌드에 역행한다는 비판은 면치 못할 전망이다.

올해 1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50~299인 전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고, '워라밸'이 강조되는 시대다. 또한 대형마트에 이어 복합쇼핑몰의 의무휴업제 도입이 논의되는 민감한 시기에 롯데백화점의 '강수'가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유통 '강희태호' 출범 후 새해 첫 행보가 '무리수' 논란을 불러왔다"며, "자타 공인 현장 전문가인 강 부회장이 왜 이러한 결정을 했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의 이러한 행보는 시대에 뒤처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면서, "신동빈 롯데 회장의 신년사인 '공감과 공생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에도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