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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 조호루까지 무박 2일 고난의 여로, 타가트 "바이러스 안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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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수원 삼성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원정지인 말레이시아에 입성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을 방불케 했다.

선수단은 지난 2월 28일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조호루 다룰 탁짐과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3월 3일)을 정상적으로 진행한다'는 연락을 받고 예정대로 29일 오전 7시 수원 화성 클럽하우스를 출발해 그날 자정에야 말레이시아 조호루에 위치한 팀 숙소에 도착했다. 인천 국제공항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해 조호루에 입성하는 비행시간만 8시간 걸렸다. 버스 이동(3시간), 환승 대기 및 수속(7시간) 시간 등을 포함할 때 총 18시간이 소요됐다. 구단은 애초 8시간이 걸리는 '싱가포르 루트'(인천-싱가포르 비행 후 조호루까지 1시간 버스 이동)를 염두에 뒀으나,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따른 싱가포르의 입국 금지 발표 위험성을 감안해 10시간이 더 걸리는 플랜B를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대로 싱가포르 정부는 27일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선수들은 이동 중에도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을 착용하며 방역에 만전을 기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비행기 안에서 만에 하나 발생할 감염을 우려해 일반인 승객과 충분한 거리를 뒀다. 쿠알라룸푸르 착륙 직전에는 승무원들이 기내소독을 하고, 착륙 후에는 발열검사를 받은 뒤 문진표를 작성했다. 입국 심사관이 한국여권을 보자마자 출발도시를 확인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14일내 대구, 청도 방문자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기 때문. 선수단은 무박 2일간의 오랜 여로 끝에 무사히 조호루에 입성한 뒤에도 외출을 자제한 채 '자발적 방콕'을 하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휴식시간에 각자의 호텔 방에서 독서를 하거나, 태블릿 PC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오후 훈련 때에만 숙소 맞은 편에 있는 훈련장으로 나가 3월 3일 오후 7시 45분으로 예정된 경기를 준비한다고.

지난해 K리그1 득점왕을 차지한 호주 국가대표 공격수 타가트는 "코로나 사태로 다른 종목의 몇몇 외국인 선수가 출국했다는 뉴스를 접했다"며 "현재 상황은 분명 낯선 경험이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두렵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믿고 팀으로 하나되어 더욱 시합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다소 지친 상태로 원정길에 오른 수원 입장에선 상대팀이라도 만만하면 좋으련만, 조호루는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상대로 여겨진다. 말레이시아 리그를 최근 6년 연속 제패한 조호루는 비록 조별리그 1차전에서 비셀 고베에 1대5 대패를 당했지만, 홈에서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아시아 챔피언 가시마 앤틀러스를 홈에서 꺾었다. 경남FC도 조호루 원정에서 비기고 돌아왔다. 조호루는 조호루주의 왕세자 툰쿠 이스마일 이브라힘(37) 구단주가 막대한 투자를 등에 업은 '말레이시아의 맨시티'다. 최근에는 신축 경기장(술탄 이브라힘 라킨)을 개장했다. 이브라힘 구단주는 지난 2018년 한 말레이시아 마트에서 '골든벨'을 울려 2억원이 넘는 돈을 쾌척한 스토리로 잘 알려져 있다.

수원 이임생 감독은 "싱가포르 시절 조호루와 경기한 적이 있다. 홈에서 매운 강한 팀인 만큼 준비를 더 잘해서 좋은 성과 거두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FA컵 우승으로 2년 만에 아시아 무대로 돌아온 수원은 지난 1차전 홈경기에서 고베에 0대1로 패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