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홍상수 감독이 '도망친 여자'로 1일(한국시각) 폐막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칸과 미국 아카데미를 접수한 데 이은 한국 영화의 쾌거다. 베를리영화제는 칸, 베네치아와 함께 세계 3대 국제영화제로 꼽힌다.
홍 감독은 감독상 수상자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연인 김민희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유부남인 홍 감독과 김민희는 2015년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통해 처음 호흡을 맞춘 뒤 부적절한 관계로 발전, 연예계 대표 논란의 커플이 됐다. 3년 만의 공식 석상인 이번 베를린영화제에서도 애정 전선은 달콤했다. 둘은 나란히 오른쪽 네 번째 손가락에 커플링을 끼고 등장했고 얼굴에도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홍 감독은 트로피를 받은 후 "모든 사람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나를 위해 일해준 사람들, 영화제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심사위원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허락한다면, 여배우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하자 배우 김민희, 서영화가 일어나 함께 박수를 받았다.
홍 감독은 '밤과 낮'(2008), '누구의딸도아닌해원'(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에 이어 올해 네 번째로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의 베를린영화제 세 번째 경쟁 진출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주연 김민희에게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홍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와 인연이 깊다. 수상의 영예도 이번이 네 번째다. 그는 1998년 '강원도의 힘'으로 칸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특별언급상, 2010년에는 '하하하'로 이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김민희의 여우주연상에 이어 자신도 베를린에서 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다. 베를린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은곰상 감독상 수상은 '사마리아' 김기덕 감독 이후 역대 두 번째이자 16년 만이다.
홍 감독의 24번째 장편 영화이자 김민희가 함께한 7번째 영화인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남편과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던 여자가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두 번의 약속된 만남,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과거 세 명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민희를 비롯해 서영화 송선미 김새벽 권해효 등이 출연했다.
시사회 후 호평이 쏟아지며 수상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영화 전문지 스크린 데일리의 별점에선 4점 만점에 2.7점을 받았다. 외신 평가점수를 반영한 로트 토마토에서는 신선도 지수 100%라는 평가를 얻어냈다. 스크린데일리는 "여성 캐릭터 중심이 스토리텔링이 매력적"이라고 했고, 인더와이어는 "통렬한 스케치와 절제된 톤으로 많은 깨달음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홍 감독은 수상 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나는 큰 그림을 그리거나 큰 의도를 갖는 그런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 작은 세계에서 조그맣게 사는 사람"이라며 "되도록 큰 의도를 갖고 만드는 유혹을 떨쳐버리려고 노력한다. 강한 것이 아니라 섬세하고 세부적인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최고상인 황금곰상은 이란 출신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의 '데어 이즈 노 이블'(There Is No Evil)이 받았다. 라술로프 감독은 현재 이란에서 출국이 금지돼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영화에 출연한 그의 딸이 대신 무대에 올라 상을 받았다.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은 미국 출신 엘리자 히트먼 감독의 '네버 레얼리 썸타임스 올웨이스'(Never Rarely Sometimes Always), 은곰상 남자연기자상은 '히든 어웨이'(Hidden Away)의 엘리오 제르마노, 은곰상 여자연기자상은 '운디네'(Undine)의 파울라 베어에게 돌아갔다.
2012년 김기덕 감독이 '피에타'로 베네치아 황금사자상,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의 황금종려상을 받았지만 아직 한국영화가 베를린영화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받지는 못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