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요즘 장진혁에게 자신감이 붙었다. 만약 지금 당장 리그가 개막한다면 한회 외야 한 자리는 장진혁이다."
2020년은 장진혁이 '각성'하는 해가 될 수 있을까. 장진혁이 한화 이글스 외야 경쟁의 최선두를 달려나가고 있다.
장진혁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진행된 한화 스프링캠프의 6차례 연습경기 중 5경기에 출전, 13타수 7안타(타율 .538) 1홈런 5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빠른 발을 살린 도루 2개는 덤. 특히 일본 독립야구 아시안 브리즈부터 LA 다저스, 밀워키 브루어스, 멕시칸리그 토로스까지 상대를 가리지 않고 매 경기 안타를 때려내며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한용덕 감독은 "장진혁은 작년 후반기부터 자신감이 붙었다. 캠프에선 더 성장했다. 지금 컨디션은 최고다. 어떤 선수에게도 밀리지 않는 기량의 소유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만약 지금 시즌이 시작한다면 주전은 장진혁"이라는 장담도 덧붙였다. 평소 신중한 한용덕 감독답지 않은 확언이다.
2019년은 장진혁에겐 주어진 기회를 움켜쥔 해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용규의 이탈과 정근우의 적응 실패로 외야에 구멍이 뚫렸다. 시즌 막판에는 제라드 호잉마저 시즌 아웃됐다.
장진혁은 외야 전 포지션을 커버하는 수비에 도루 13개를 따내는 주력으로 주목받았고, 1m84 83㎏의 당당한 체격에서 나오는 만만찮은 타격까지 뽐내며 구멍 뚫린 한화 외야의 축으로 우뚝 섰다. 후반기 들어 타율 2할9푼3리 OPS(출루율+장타율) .746을 기록하며 타격 잠재력도 인정받았다. 구단은 팀내 인상율 3위(52.6%)의 인상으로 장진혁에게 보답했다.
장진혁의 앞길은 뜻하지 않은 외부 요인으로 가로막히는 듯 했다. 이용규와 호잉이 복귀한데다 한화가 지난 겨울 2차 드래프트에서 정진호를, 1월에는 방출 선수 김문호까지 데려온 것.
덕분에 이번 스프링캠프 외야진은 전쟁터였다. 고참 최진행부터 정진호와 김문호, 신예 이동훈과 장운호에 2000년생 '즈믄둥이' 유장혁까지 치열한 포지션 경쟁이 펼쳐졌다. 하지만 포텐 터진 장진혁을 대체할 선수는 적어도 한화 스프링캠프에는 없었다. "장타를 더 많이 치고 싶다"던 장진혁의 탄탄해진 체격은 피나는 노력의 결과다.
장진혁은 2016년 한화 입단 직후 왼쪽 무릎 수술이라는 악재를 만났고, 이듬해에는 오른쪽 팔꿈치 부상까지 당했다. 유격수에서 외야로 바뀐 포지션 적응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2017년말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마무리캠프에서 한용덕 감독과 처음 만났다. 당시 매서운 타격을 뽐낸 장진혁은 감독이 직접 뽑은 캠프 MVP로 선정되며 기회를 잡았고, 이후 한용덕 감독의 뒷받침 속에 차근차근 성장해 마침내 꽃을 피웠다.
다만 장진혁으로선 코로나19가 원망스럽게 됐다. 당초 3월 28일로 예정됐던 개막은 일단 1주일 미뤄졌다. 당분간 정확한 개막 시기를 예상하긴 쉽지 않다.
장진혁이 주전으로 올라설 경우 이용규, 정은원과 테이블 세터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클린업 트리오의 기본 틀은 3번 김태균 4번 호잉 5번 이성열이다. 한용덕 감독은 "현재로선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앞에서 살아나가고 뒤에서 해결할 수 있게, 최적의 타순 조합을 찾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장진혁은 2020년을 한용덕 감독의 오랜 신뢰에 보답하는 한 해로 만들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