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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팬데믹 선언, 도쿄올림픽 정상개최 불가능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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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올 7월로 예정됐던 2020 도쿄올림픽은 사실상 정상적인 개최가 불가능해졌다고 봐도 될 듯 하다.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 추세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세계보건기구(WHO)가 결국 전염병의 최고 경보 단계인 '팬데믹(대유행병)'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팬데믹이 선언되면 각국은 종전보다 한층 더 심각하게 전염병에 대한 대비책, 즉 진단과 방역, 치료, 전염 차단 등의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강제성은 없지만, 분명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초래할 수 있는 선언이라고 볼 수 있다. 당연히 '지구촌 스포츠의 축제'인 올림픽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팬데믹 선언의 의미

WHO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12일(한국시각) 스위스 제네바의 WHO 본부에서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특정지어질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면서 "앞으로 며칠 혹은 몇 주 간 많은 발병자와 사망자, 그리고 발병 국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심각한 확산과 함께 (각 국가의)소극적인 대응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단순한 공중보건 상의 위기일 뿐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위기"라고 경고했다.

팬데믹은 WHO가 선언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의 전염병 경고다. 바이러스 유행병의 최종 단계로 여러 국가 또는 대륙으로 해당 질병이 광범위하게 퍼질 때 등장한다. WHO가 출범 이래 팬데믹을 선언한 것은 이번 코로나19까지 총 세 차례 뿐이었다. 1968년 홍콩독감 사태 때 처음 선언했고, 11년 전인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H1N1) 대유행 때 두 번째로 선언됐다. 이후 11년 만에 다시 팬데믹이 등장한 것이다.

이렇듯 WHO가 최종 단계의 경고를 하게 되면서 앞으로 각국 정부의 대응 방안도 달라질 전망이다. 이제는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이미 확산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차단보다는 치료와 억제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올림픽 정상개최 가능한가

이번 WHO의 팬데믹 선언은 전 세계의 코로나19 대응 방법을 기존에 비해 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할 전망이다. 동시에 국제사회에서의 갈등과 공포감 확산, 그리고 국제 경제 위축 등의 부작용도 예상된다. 우선적으로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는 국제 사회의 교류는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7월로 예정됐던 도쿄올림픽은 사실상 정상적인 개최가 불가능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령 일본 정부나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정상 개최를 고집한다고 해도 팬데믹이 선포된 마당에 감염 확산과 자국민 피해를 우려한 각 나라들이 참가를 철회할 가능성이 크다. 참가를 망설이던 나라들은 'WHO 팬데믹 선언'을 강력한 이유로 내세울 수 있다.

사실 일본 내에서도 코로나19의 지속적인 확산으로 인해 정상적인 개최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카하시 하루유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상임이사는 지난 11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조직위원회 내부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에 대해 논의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여름에 올림픽이 열리지 않는다면, 1~2년 정도 연기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발언을 했다. 내부적으로도 현 상황에서 정상 개최가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 대안으로 취소보다 피해가 적은 연기를 고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이 인터뷰가 공개된 이후 WHO는 팬데믹을 선언했다. 이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일본 정부도 코로나19의 영향력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회피할 수 없게 됐다. 아사히와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들은 "이날 WHO 팬데믹 선언 이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관계자가 '국면이 크게 바뀌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아베 정부가 밀어 붙였던 '올림픽 정상개최론'이 이제 일본 내에서도 크게 흔들리게 됐다는 뜻이다. 이 시점 이후부터 올림픽에 대해서는 '연기'와 '취소'가 주요 논쟁점이 될 분위기다.

한편, 이날 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아베 신조 총리와 면담을 했다. 코이케 지사는 면담 이후 취재진에게 "올림픽 취소는 상상할 수 없다.(unthinkable)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