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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한달 맞은 구현모 사장…구체적 경영 전략·비전 제시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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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KT 내부에서 선출된 CEO로 주목받으며 임기를 시작한 구현모 KT 사장이 오는 30일 취임 한 달째를 맞이한다. 연 매출 24조원, 직원 2만3000여명의 국내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KT를 보다 빠르고 유연한 조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혁신적 전담조직을 만드는 한편, '정통 KT맨' 답게 무리한 M&A를 배제하고 기존 사업부문을 통한 매출 상승에 중점을 두고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어 나갈 것이란 예측이 대다수다.

그러나 혁신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해 존재감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일부 시각도 존재한다. 5G 상용화 이후 수익 창출이 가능한 미래 먹거리의 우선 확보와 유료방송 합산규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관련 이슈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쌓여 있다.

구 사장은 지난해 말 CEO로 내정된 직후부터 경영구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조직 내부를 정비해 왔다. 그는 기존 커스터머&미디어 부문과 마케팅 부문을 통합시킨 '커스터머' 부문을 신설, 소비자 고객(B2C)을 전담하게 했다. 커스터머 부문은 5G와 기가인터넷을 중심으로 유무선 사업과 IPTV·가상현실(VR) 등 미디어 플랫폼 사업에 대한 상품·서비스 개발과 영업을 총괄한다.

이어 'AI·DX 사업 부문'을 신설해 5G통신 서비스에 AI·빅데이터·클라우드·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연계, 소비자와 기업 고객들의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조직은 구 사장의 경영구상 현실화를 위해 최근 출범시킨 전담조직 그룹 'BDO(Business Development&Operation)다. BDO 그룹은 조직 내부 주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성된 프로젝트 조직으로, 지난 16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으며 인원 수만 300명에 달한다. 전 부서의 다양한 직급 구성원들을 추천 등의 방법으로 구성한 BDO 그룹은 팀 프로젝트 형식으로 조직 혁신을 일으킬 과제들을 수행한 뒤 피드백을 거쳐 KT 조직에 순차적으로 적용하게 된다. BDO 그룹 소속 직원들은 혁신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존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되며 구 사장은 해당 과정을 직접 챙긴다.

구체적 사항은 보안에 부쳐졌으나 언론에 알려진 이들의 활동 분야로는 고객발 B2B(기업 간 거래) 상품·영업 혁신, AI(인공지능) 원팀 진행, AI 기반 업무 효율화 등의 과제 수행이 예정돼 있다.

구 사장은 BDO 그룹 출범 첫날 이메일을 통해 "BDO 그룹은 그동안 고객이 원하고 회사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왔지만 인력과 예산, 조직 간 장벽 등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라면서 "조직에서 맡은 업무를 잘 하고 있는 좋은 인재들을 선발해 전혀 새로운 업무에 배치한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나 KT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구 사장은 대외적으로 '고객 감동'을 강조하며 기업 캠페인인 '마음을 담다'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KT는 캠페인을 통해 청각장애인의 목소리를 복원하고 코로나19 사태로 결혼식 취소 위기를 맞았던 한 예비부부를 위한 유튜브 라이브 결혼식을 지원하는 과정을 영상에 담기도 했다. KT 관계자는 "'마음을 담다' 캠페인은 실제 고객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R&D 부서와 기술적 협업을 진행한다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구 사장의 광폭 행보로 '구현모'라는 브랜드 가치 역시 상승중이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CEO 61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4월 브랜드 평판' 조사 결과 구현모 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투자금융시장 내에서는 구 사장을 두고 신임 CEO의 성향을 감안하면 높은 주가 수익률 달성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KT, 신임 CEO로 높은 수익률 달성 가능'이라는 이례적 보고서를 통해 구 사장이 인건비 증가를 억제하고 무리한 M&A를 배제시키는 한편 기존 사업부문 ARPU(가입자당매출액) 상승에 노력을 기울여 기업 수익성을 높일 것이란 긍정적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구 사장이 아직까지 구체적인 혁신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 또한 존재한다. 구 사장이 내세우고 있는 '고객발 자기혁신'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구 사장은 취임사 등을 통해 "디지털 혁신이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혁신으로 다른 산업의 혁신을 리딩하겠다"는 등 여러 발언을 내놓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구체적 대응 방안과 경영 전략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구 사장 앞에 놓인 과제가 만만치 않은 가운데 먼저 5G 장비 구축과 가입자 확보를 위한 마케팅 비에 어마어마한 비용을 쏟아 부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본격적인 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해야 한다.

이와 관련, 유료방송·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 등 통신산업을 넘어서는 영역에서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KT(KT·KT스카이라이프)는 업계 1위로 31.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 합병,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로 인해 2, 3위 업체와의 점유율 격차가 크게 좁혀진 상태다. KT는 업계 4위인 딜라이브(점유율 6%) 인수를 지속 검토해 왔지만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가능성 등이 거론되며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됐다.

3년 만에 1만3000원이나 떨어진 주가를 회복시키는 것도 숙제다. 구 사장은 주가 방어를 위해 최근 1억원 상당의 자사주 5234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아울러 구 사장은 2014년부터 2년 가까이 황창규 KT 전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기 때문에 전임자의 그림자에서도 시급히 벗어나야 한다. 또 황 전 회장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사실도 그의 임기 중 커다란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KT 이사회는 대표이사 경영 계약에 'CEO가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한다'는 조항을 포함하기도 했다.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