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두산 베어스 크리스 플렉센(26)이 드디어 정식 데뷔전을 치렀다. 예상대로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지만 아쉬운 점도 보였다.
플렉센은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시즌 3차전에 선발로 등판해 6이닝 7안타 6탈삼진 1볼넷 3실점을 기록했다.
플렉센은 KIA 타이거즈 애런 브룩스와 더불어 개막을 앞둔 미디어데이에서 타팀 감독들이 꼽은 경계 대상 투수 1순위였다. 그만큼 두산 영입 당시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고, 스프링캠프와 연습경기를 거치면서 계속해서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1994년생으로 젊은 나이인 플렉센은 뉴욕 메츠 시절부터 팀내 투수 유망주 중 한명이었다. 메츠가 40인 로스터에서 좀처럼 빼지 않을만큼 기대치가 컸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조쉬 린드블럼처럼 빅리그 재입성 가능성도 크다.
LG를 상대로 공식적인 데뷔전을 치른 플렉센은 '소문대로' 좋은 공을 뿌렸다. 구속도 빨랐다. 최고 구속이 154㎞까지 나왔고, 대체적으로 150㎞ 전후를 오가는 빠른 공이었다. 하지만 버리는 볼이 많아 투구수가 많고, 불리한 카운트에서 출루를 자주 허용했다. 1회부터 1,2번 타자를 상대로 공 11개를 던졌고, 삼진은 많이 잡더라도 투구수가 빨리 불어나는 점이 아쉬웠다.
불필요한 볼로 투구수가 늘어나는 스타일은 지난해까지 두산에서 뛴 세스 후랭코프와 비슷했다. LG 타자들도 빠른 카운트에서 승부를 걸기보다 플렉센의 공을 골라내면서 타격에 임했다. 결국 주자가 쌓이면서 실점 확률이 높아졌고, 4회에도 무사 2,3루에서 어렵게 아웃카운트 2개와 2점을 맞바꿨다.
하지만 타자들이 플렉센의 데뷔전을 지켜줬다. 3-1로 이기다 플렉센이 4회에 3-3 동점을 허용한 후, 두산 타자들은 5회초 곧바로 4점을 빼앗으며 리드를 되찾았다. 특히 박건우의 투런 홈런이 컸다. 넉넉한 점수 차를 등에 업게 된 플렉센은 6회 선두타자 출루 후 채은성 상대로 병살타를 잡아내는 등 한층 더 여유있는 투구로 등판을 마무리 했다.
하지만 플렉센의 공이 가지고 있는 위력도 다시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스트라이크를 꽂아넣는 과감성도 보였다. 김태형 감독도 "계속 보니까 공 자체가 굉장히 좋다. 본인 공만 던지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투수"라고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제 겨우 1경기 했을 뿐이다. 데뷔전에서의 긴장감을 지우고 리그 분위기에 적응한다면 기대치를 채울 수 있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