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감독님 말씀을 듣고 다음 타석에서 곧바로 홈런이 나와 신기한 기분이었다."
7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역전 스리런포로 팀의 7대3 승리를 이끈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의 말이다. 손아섭은 7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펼쳐진 KT 위즈전에서 팀이 1-3으로 뒤지던 7회초 김민수가 첫 공으로 선택한 131㎞ 포크볼을 받아쳐 우월 스리런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이 홈런에 힘입어 승부를 뒤집은 롯데는 8, 9회 점수를 더 보태 개막 3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는데 성공했다.
손아섭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세 번째 타석(5회 1사 2루)에서 뜬공으로 물러난 뒤, 화장실에서 우연히 감독님을 만났다"고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는 "감독님이 '자연히 그런 상황에선 손에 힘이 들어간다. 사람이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다'며 '다음 타석에선 좀 더 힘을 빼고 스윙해보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공교롭게도 다음 타석에서 홈런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3연전 내내 그라운드에선 집중력과 짜임새의 연속이었다. 개막전에서 1-2로 뒤지던 7회초 터진 딕슨 마차도의 역전 스리런포로 '롯데시네마'의 막을 열었다. 6일엔 KT의 집요한 추격을 뿌리치며 승리를 얻은데 이어, 7일에도 기어이 승부를 뒤집으면서 개막시리즈 스윕을 달성했다. 손아섭은 "힘든 승부에서 부담감을 이겨내고 좋은 결과를 얻어 만족스럽다"며 "상대 실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는데, 운좋게 노리던 포인트로 공이 들어와 좋은 결과로 연결된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 더그아웃은 3연전 내내 들썩였다. 달라진 팀 분위기의 증거였다. 손아섭은 "원래 이기고 있을 때 더그아웃이 시끄러워야 하는데, (3연전 기간엔) 지고 있을 때 더 시끄러운 것 같다"고 웃은 뒤 "승패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 가장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캠프 때부터 연차에 상관없이 야구장에 있을 땐 내가 최고다, 즐기자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프로 선수가 하루 아침에 기술적으로 발전하긴 힘들다. 하지만 부담감도 즐기게 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 생각의 변화가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해를 계기로 스스로 많은 부분을 느꼈다. 쫓기듯 야구를 했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런 면에서 나쁘지 않은 실패였다"며 동료들과 호흡 뿐만 아니라 개인 활약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개막 3연승을 계기로 롯데 안팎의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손아섭은 "이번 사태(무관중 개막)를 계기로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팬들의 함성 소리가 제일 그립다"며 "첫 번째 목표는 144경기에 모두 나서 동료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 싶다. 가을야구에 모두가 목말라 있는데, 포스트시즌 진출로 그간 받아온 성원과 사랑에 보답하는 시즌을 만들고 싶다"고 다짐했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