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타자들을 울렸던 투고타저 흐름도 저무는 것일까.
2020 KBO리그가 막을 열기 무섭게 홈런포가 쉼없이 터지고 있다. 6일까지 치러진 정규시즌 10경기서 나온 홈런은 총 22개. 경기당 평균 2.2개의 홈런이 터졌다. 지난해 같은 시기(15개)와 비교하면 47%가 증가한 수치. 앞서 열린 총 30차례 팀간 연습경기(35홈런·경기당 평균 1.2개)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올 시즌 투고타저 흐름에 변화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대다수였다. 지난해 공인구 반발력 저하 직격탄을 맞았던 타자들은 겨우내 이를 갈았다. 시즌이 끝나기 무섭게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을 키우고, 히팅 포인트를 조정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한 시즌 동안 공인구 반발력 저하를 체감하고, 나름의 공략법을 연구한 결과물이 올 시즌에 드러날 것으로 전망됐다.
예년보다 크게 길어진 준비 기간은 플러스 요인이 됐다. 타자들이 개인별 공인구 공략법을 고안했다고 해도 완벽하게 적응을 하기엔 스프링캠프-시범경기로 이어지는 실전 기간은 다소 짧은 편. 대부분의 타자들이 정규 시즌 개막 후 2주 정도가 되야 페이스가 오르는 그간의 사이클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변수로 스프링캠프 귀국 후 한 달 넘게 자체 청백전과 훈련으로 시간을 확보했다. 팀간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새로운 타격이 어느 정도 정립되고, 그 효과가 시즌 초반부터 가파른 페이스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정 연기 변수가 투수들에겐 악재가 된 부분도 있다. 타자들이 단기간 내에 타격 컨디션을 찾는 것과 달리, 투수들은 미세한 일정 조정에도 투구에 큰 영향을 받는다. 비시즌기간 기존 사이클대로 시즌을 대비해오다가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계획이 흐트러졌다. 대부분 투구수 조정으로 다시 몸을 끌어올리는 과정을 거쳤는데, 이게 시즌 초반 구위-제구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볼 만하다.
결국 지난해 KBO리그를 지배했던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은 어느 정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은 일정이 빡빡해지면서 마운드 부담이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갈수록 피로가 누적될 투수들의 구위가 공인구 적응을 마친 타자들의 방망이를 쉽게 피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타자들의 히팅포인트 조정과 마찬가지로 투수들이 완벽한 컨디션을 찾고, 또다른 대응법으로 돌파구를 찾는다면 공인구 반발력 효과가 되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