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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수 주머니에 넣겠다" 헨리 괜한 자신감 아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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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뒤늦게 시작된 K리그 개막전에서 돋보인 선수는 세징야(대구FC)를 지워버린 마하지(인천 유나이티드), '회오리슛'을 선보인 조재완(강원FC), 여전한 '클래스'를 보여준 이청용(울산 현대)만이 아니었다. 수원 삼성 수비수 도닐 헨리는 K리그 데뷔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펼치며 K리그 팬들의 눈도장을 '쾅쾅' 찍었다.

8일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1라운드 전북 현대와의 원정경기서 수원 스리백의 가운데 수비수로 출전한 헨리는 83분 전북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에게 유일한 골을 내주기 전까지 '벽'에 가까웠다. 탄탄한 체구(1m88, 88kg)를 바탕으로 10번의 공중볼 경합에서 6번(60%) 공을 따냈다. 다른 네 명의 수비수(이종성 박대원 홍 철 명준재)의 성공 횟수의 합과 같다. 인터셉트(6회), 볼 차단(12회), 슈팅 블록(2회)은 팀내에서 가장 많다. 볼 클리어링(9회)은 10회를 기록한 이종성 다음으로 많았다. 공중·지상전에서 모두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 과정에서 호기롭게 전북 데뷔전을 치른 조규성과 무릴로가 별다른 임팩트를 남기지 못한 채 경기시작 1시간만에 벤치로 물러났다.

패스 성공률도 팀내 1위였다. 48번 시도해 43번을 동료에게 보냈다. 안정 지향적인 패스에만 치우치지 않고 23번(19번 성공)이나 전진패스를 시도했다. 놀랍게도 롱패스는 11번 시도해 9번 성공했다. 단순히 몸을 이용한 터프한 수비만을 펼치지 않고 공격의 시발점 역할도 맡았다. 1인2역 이상을 해냈다. 헨리는 코로나19 여파로 K리그 개막이 연기되기 전 치렀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2경기에선 스리백의 오른쪽 수비수로 출전했다. 전북전과 같은 장점도 선보였으나, 지나치게 도전적인 수비로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두달이라는 시간이 헨리에겐 적응력을 높이는 기회가 된 듯하다.

캐나다 현역 국가대표인 헨리는 지난 3월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세계 최고의 공격수를 완벽하게 묶을 때 느껴지는 나만의 희열이 있다. 그 맛에 축구한다. 나만의 표현인데, 90분 동안 '상대 공격수를 내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올해 수원에서 마음 같아선 3개 대회 모두 우승하고 싶다. 높은 목표를 가슴에 품고 나아갈 것이니 지켜봐 달라"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괜한 자신감이 아니었다는 게 개막전에서 드러났다. 팬들은 '통곡의 벽'으로 불린 마토 이후 새로운 '벽'이 나타났다며 반색한다. 수원 이임생 감독도 전북전을 마치고 "선수 리딩", "동료들과의 관계" 등 장점을 열거하며 만족감을 표했다.

헨리 한 명이 가세했을 뿐인데 이 감독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중앙 수비가 어느 정도 안정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감독의 책상엔 다른 숙제가 산적해있다. 지난해 K리그1 득점왕 아담 타가트와 '염캡틴' 염기훈의 투 톱이 전북 수비를 상대로 어떠한 인상도 남기지 못했다. 3-4-1-2 전술에서 공격의 핵심인 '1'의 자리에 나선 김민우도 현재 전술에서 자신이 지닌 강점을 모두 펼쳐보이지 못한 모습이었다. 세 선수는 올시즌 수원의 공격을 책임져야 한다. 27라운드로 줄어들어 더 타이트해진 K리그에서 '무패'를 통한 승점쌓기가 더 중요해졌지만, 매 경기 골을 넣을 조합을 만들어야 더 수월하게 승점을 쌓는다. 공격까지 헨리에게 맡길 수 없는 노릇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