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패배 절반이 마지막 순간에 흘린 눈물이었다.
5강 도전을 기치로 내건 KT 위즈의 발걸음이 무겁다. 17경기까지 얻은 승수는 7승(10패). 여전히 시즌 극 초반이고, 승차가 크지 않다. 순위에 크게 연연할 시기는 아니다. 하지만 10패를 적립하는 과정이 워낙 뼈아팠다는 점에서 시선은 긍정보다 우려에 치우쳐 있다.
뒷문 불안이 가장 큰 숙제로 꼽힌다. 눈에 보이는 기록이 그렇다. KT가 현재까지 기록한 블론세이브만 6번에 달한다. 믿었던 '수호신' 이대은이 무너진 가운데 김민수, 김재윤 등 필승조로 여겨졌던 투수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선발 투수들의 경기당 이닝 소화수(5⅔이닝)가 NC 다이노스와 함께 공동 1위. 선발 투수들이 길게 던지면서 고군분투 중이지만, 불펜 투수들이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강철 감독의 머리가 적잖이 아플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KT의 불펜 불안이 5번의 끝내기 패배의 전부로 여겨야만 할지는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안방 불안을 빼놓을 수 없다. 포수 실책으로 투구를 놓치는 이른바 포일(PB)에서 KT는 5개로 전체 1위다. 장성우가 3개, 강현우가 2개로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다. 도루 저지율도 KT는 21.4%로 9위다. 야수들의 실책 역시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는 요소. 12개를 기록 중인 팀 실책 부문(5위)은 그나마 나은 것처럼 보이지만,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하는 투수들의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고 결국 실투로 연결되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부분이다. 최근엔 유한준, 강백호 등 해결사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타선의 힘도 약화되고 있다.
시즌 초반 드러난 KT의 공격력은 리그 정상급이다. 팀타율 2위(3할2푼), 팀 타점(112타점)-팀득점(119득점) 1위, 팀 득점권 타율 공동 3위(3할2리), 팀OPS 1위(0.869), 팀 최소 병살타(7개)를 기록 중이다. 결국 마운드 불안뿐만 아니라 수비 집중력, 부상 변수 등 다양한 요소가 잇단 패배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누구의 잘못 만으로 몰고 갈 순 없다. 어디까지나 9명이 9이닝을 버텨내 승리를 만들어야 하는 게 야구다. 패배를 통해 교훈을 얻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노력을 거듭한다면 흐름은 언제든 바꿀 수 있다. 패배의 원인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동력을 자임하는 희생정신이다. 단순한 양보를 넘어 시즌 전부터 닦아온 기량을 미련 없이 펼쳐 보이고, 이후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다. 동료, 팀을 향한 신뢰가 크다면 얼마든 가능한 일이다.
지난해 누구도 5강 후보로 꼽지 않았던 KT가 막판까지 가을야구 경쟁을 한 배경엔 팀을 위한 헌신이 있었다. 주장부터 막내까지 오로지 팀만을 보고 달렸고, 그 결과 팀 최다 연승(9연승)-최고 승률(5할)의 열매를 땄다. 지금의 KT가 5번의 끝내기 패배에서 되새겨야 할 교훈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