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아니 가자마자 3안타를 쳐버리면 어떻게 해?"
헤어짐의 서운함. 새로 걸을 길이 늘 꽃길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흐뭇하게 물들었다.
두산에서 SK로 팀을 옮긴 포수 이흥련(31). 유니폼을 갈아입은 첫날 부터 맹활약으로 화제의 중심이 됐다.
이흥련은 SK 이적 첫날인 30일 한화와의 문학 경기에 포수 8번타자로 선발 출전, 4타수3안타 2타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시즌 첫 홈런도 날렸다. 이적생 이흥련의 공-수에 걸친 깜짝 활약 속에 SK는 9대3 대승을 거뒀다.
기분 좋은 소식이 날아오자 '친정' 두산도 난리가 났다.
아쉽게 헤어진 옛 동료의 활약. 여기저기서 기분 좋은 목소리가 들렸다.
김태형 감독은 3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전날 이흥련의 활약에 대해 "아니, 가자마자 3안타를 치면 어떻게 해? 그냥 안타 하나 정도 치고 이기고 그러면 부드럽게 가잖아"라며 껄껄 웃었다. 농담 속에 아쉽게 떠나보낸 제자에 대한 애정을 담았다. 그러면서 "염경엽 감독하고 이야기를 했다. 아무래도 경험도 많고 하니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속적인 활약을 기원했다.
옛 동료 선수들 사이에서도 이흥련의 이적 첫날 활약이 화제였다.
전날 교체 출전해 연장 11회 선두타자 안타로 끝내기 승리에 발판을 마련한 김인태는 이흥련의 활약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인태는 "경기 끝나고 연락을 했더니 '운이 좋았다'고, 겸손해 하시더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형하고는 1,2군에 함께 있을 때 대화도 많이 하고 했다. 너무 좋은 형이다. 가서 더 잘하니까 더 좋더라"며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앞으로 다른 팀하고 할 때만 잘 했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던진 그는 "우리랑 할 때는 못해도 된다고 얘기할 것"이라며 웃었다.
이심전심이었을까. 이흥련은 이적 이틀째인 31일 문학 한화전에서도 이틀 연속 홈런을 날리며 6대4 승리와 함께 4연승을이끌었다. 이흥련 가세 속에 SK는 지난 14일 이후 17일 만에 꼴찌 탈출에 성공했다. 그야말로 넝쿨째 굴러온 복덩이인 셈.
떠난 자와 남은 자, 만남과 헤어짐이 일상처럼 교차하는 프로 세계지만 꽃길을 기원하는 친정 팀의 진심어린 마음이 인천에 닿았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