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마무리 투수 우규민(35)이 10일 키움전 세이브에 대해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우규민은 11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키움과의 시즌 6차전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소회를 밝혔다. '살아있는 전설' 오승환 뒤에서 마무리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어제는 되게 감격스러웠던 경기였어요. 손에 꼽을 정도잖아요. 누가 오승환 뒤에서 세이브를 하겠어요. 승환이 형이 2005년 신인 시절에 다른 마무리 투수가 있었겠지만요. '오승환 홀드-우규민 세이브] 캡쳐도 해놨거든요. 정말 영광스러운 자리였고, 그래서 더 잘 던지고 싶었고, 세이브 하고 싶었어요. 여한이 없습니다."
우규민은 10일 대구 키움전 4-1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키움이 자랑하는 이정후 박병호 박동원의 중심타선을 10구 만에 탈삼진 2개를 곁들여 삼자범퇴 처리하고 경기를 마무리 했다. 속전속결 '퇴근 본능'이었다.
이날 경기에서는 오승환이 8회 마운드에 올라 홀드를 기록했다. 우규민 말 대로 이 홀드는 오승환의 신인 시절인 2005년 이후 15년 만의 기록이었다. 오승환 뒤에는 줄곧 아무도 없었던 셈이다.
오승환 뒤에서 세이브 하는 영광. 우규민이 누린 셈이다. 사실 우규민은 자격이 충분하다. 현 시점에서 가장 안정된 클로저 중 하나다.
우규민의 최근 구위, 그야말로 언터처블이다. 빼어난 제구력에 강약 조절이 더해져 좀처럼 정타를 맞히기가 쉽지 않다. 선두권 팀에 비해 세이브 상황이 많지 않을 뿐 공의 위력만 놓고 보면 10개 구단 마무리 중 최정상급이다.
하지만 우규민의 클로저 소임은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끝판왕' 오승환이 지난 9일 돌아왔기 때문이다. 퓨처스리그조차 출전하지 못해 실전 감각을 회복하는 동안까지가 우규민의 시간이다.
"실제 선수들 사이에서 '시한부'라고들 해요. 진짜 선고를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100세이브가 15개 남았는데 사실 그 기록은 좀 달성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렇지만 '끝판왕'이 오셨는데 어쩌겠어요. 승환이 형이 쉴때나 아니면 7회부터 나가서 3이닝을 막고서라도 하나씩 해보죠 뭐." 유쾌한 농담 속에 바람을 실었다.
당분간 우규민 마무리를 계속될 전망이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11일 키움전을 앞두고 오승환에 대해 "조금 유예기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KT와의 주말 홈 3연전에 중간에서 준비를 하고, 상황을 봐야 할 듯 하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오랜 실전 공백으로 아직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우규민이 있어서 여유를 가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허 감독은 "당연히 그렇다"며 "올 시즌은 작은 부상들을 털고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시즌을 시작한 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래 기량이 좋고 똑똑한 선수"라며 믿음을 보였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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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나 오승환에게도 우규민은 고마운 존재다. 뒷문지기가 듬직하게 버티고 있으니 무리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오승환 복귀 첫날 "실전을 치르지 못한 만큼 당초 2경기 쯤 편안한 상황에 등판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9일, 10일 키움전 이틀 연속 접전 상황이 이어지면서 '편안한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다. 얼굴에 땀이 줄줄 흘러내릴 만큼 산전수전 다 겪은 오승환에게도 1년 가까운 공백과 환경 변화는 도전적이었다.
오승환은 복귀 하자마자 두 경기 연속 등판했다. 살짝 고전했다. 7년 만의 복귀. 구장도, 상대 타자도 생소한 점이 많았다. 야간 경기 적응도 아직이다. 구위도 100%는 아니다. 공 끝에 온전하게 힘을 싣지 못하고 있다. 오승환 본인도 10일 경기에서 복귀 후 첫 실점한 뒤 "상대 타자들이 준비를 많이한 것 같고,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 같다. 내 장점을 줄이기 보다 상대 타자와 붙어 이길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해야겠다고 느꼈다"며 과제를 설명했다. 허삼영 감독도 오승환에게 최소 1경기 이상 컨디션을 끌어올릴 시간을 더 줄 생각이다.
만약, 우규민이 없었다면 누리기 힘든 '여유'였다. 마무리 복귀가 급했다면 오승환의 마음도 조급해졌을 것이다. 연착륙에 해가 될 수 밖에 없다.
여러모로 우규민이라는 이름 석자가 던지는 안도감이 든든한 삼성이다.
선고를 받았구나
시한부 마무리 선수들도 그래요. 편한 상황에 던진다고 하셔서. 어제같은 경기가 되게 감격스러웠던 경기
손에 꼽을만큼 누가 오승환 뒤에서 세이브를 하게 하겠어요.
2005년 마무리 있었겠지만 오승환 홀드 우규민 세이브 캡쳐도 해놨거든요.
영광스러운 자리였고, 잘 던진고 싶었고, 세이브 하고 싶었어요...여한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