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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전격컴백' 스페인리거 장슬기 "이유는 코로나X올림픽 티켓!"[단독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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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내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한국 여자축구 최초의 스페인리거 장슬기(26)가 WK리그 인천 현대제철에 복귀한다.

장슬기는 지난해 12월 스페인 여자축구 1부리그 프리메라디비시온 마드리드 CF 페메니노로 이적했다. 지소연(첼시 위민), 조소현(웨스트햄 위민), 이금민(맨시티 위민)에 이어 4번째 유럽리거, 최초의 스페인리거가 됐다. 장슬기는 이적 직후 빠르게 적응했다. 6개월 계약 종료 후 장기 계약 논의가 오갔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장슬기는 지난 4월 11일 귀국했고, 스페인, 잉글랜드 등 대다수 유럽 여자축구 리그가 조기 종료를 선언했다. WK리그가 6월 15일 개막을 결정하면서 장슬기의 고민이 깊어졌다. 장슬기는 고심끝에 '친정' 현대제철 복귀를 결정했다.

장슬기는 11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스페인리그에 도전한 건 단순히 나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여자축구를 위한 선택이었다. 첫 해외 진출인 고베 아이낙에서 어린 나이에 어려움을 겪었기에, 두 번째 스페인 때의 마음가짐은 남달랐다. 잘 적응해가던 중 코로나 위기가 닥쳤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여자축구대표팀의 숙원인 '사상 첫 올림픽 진출' 역시 그녀의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 내년 2월 열리는 도쿄올림픽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플레이오프에서 중국과 올림픽 티켓을 다툰다. 장슬기는 "스페인리그 일정도, 마드리드와의 재계약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내년 2월 중국전에서 경기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면 무조건 경기를 뛰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복귀 이유를 밝혔다.

공격형 미드필더, 좌우 풀백을 모두 소화하는 장슬기는 대한민국 여자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다.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여자월드컵 우승 멤버로, 2015년 일본 고베 아이낙을 거쳐, 2016~2019시즌 인천 현대제철의 통합 7연패를 이끌었다. 2018년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여자선수상을 받았고, 2019년 프랑스여자월드컵에 나섰다. 12월 국내에서 열린 E-1 챔피언십에선 베스트 수비수로 선정됐다.

6개월만에 돌아오게 된 장슬기는 "이 아쉬움을 뭐라 말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일본 이후 한동안 해외생각은 안했다. 두려웠다. 그런데 결국 다시 용기를 냈고, 다시 도전했다. 스페인에 처음 진출한 것도 감격이다. 그래서 더 아쉽다"고 설명했다. 1월 12일 레알베티스와의 데뷔전 후 3월 1일 바르셀로나전까지 6경기, 짧고도 강렬했던 스페인 마드리드 생활은 스물여섯 장슬기의 축구인생에 큰 배움이 됐다. "현대제철이라는 1위팀에만 있다가 스페인리그 중하위팀(13위)에서 뛰면서 1승이 정말 어렵다는 것, 그만큼 소중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배웠다. 특히 에스파뇰전(3대1승)이 기억에 남는다. 정말 전쟁처럼 힘든 경기였다. 이후론 먹어도 살이 안찌더라"며 웃었다. "(지)소연언니가 늘 기죽지 말라고 조언해줬는데, 그라운드 안팎에서 적극적으로 하다보니 금세 적응이 됐다. '나이지리아 10번' 리타 치크웰루, 노르웨이 잉그리드 모예 볼드, 미국 아만다 프리즈비 등 각국 대표팀 선수들과 어울려 즐겁게 지냈는데 작별인사도 못하고 헤어지게 됐다"고 했다.

첫 유럽 생활을 씩씩하게 버티게 해준 고마운 이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함께 성장해온 (이)금민이는 스페인이 (코로나19로) 난리 났을 때 자기 일처럼 걱정해줬다. 모든 걸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친구다. (지)소연언니는 런던에서 한국음식을 공수해줬다. 코로나 봉쇄령 때 언니가 보내준 음식을 먹으며 버텼다. 눈물나게 고마웠다. 현지 적응을 도와주신 에이전트 염수연 대표님과 민성훈 코치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인천 남동구 홍보대사로 지난달 마스크 3000개를 기부한 장슬기가 인천 현대제철로 돌아온다. 복귀소감을 묻는 질문에 "내 팀, 내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저는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란, 인천의 딸이니까"라며 생긋 웃었다. 대표팀에서 그녀의 성장을 이끌었던 정성천 인천 현대제철 감독 역시 에이스의 복귀 소식에 반색했다. "공격적, 수비적으로 다양하게 쓸 수 있는 장슬기의 복귀는 우리 팀에 천군만마다. 통합 8연패에 도전하는 올시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진한 아쉬움 속에 힘든 결정을 내린 장슬기의 새시즌은 그래서 더 절실하다. "작년에 골도, 어시스트도 많이 했는데 골보다 어시스트가 더 기분 좋다는 걸 알았다. 올해도 두자릿수 공격포인트를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팀적으로는 우승, 개인적으로는 부상없이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인천 현대제철의 통합 8연패를 꼭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대표팀 에이스로서의 목표는 단 하나 "오직 올림픽"이다. 장슬기는 "올림픽에 꼭 나가보고 싶다. 예전엔 언니들이 왜 올림픽을 저렇게 나가고 싶어할까 했는데, 나도 대표팀에서 나이가 차다 보니 언니들과 똑같은 마음이 됐다. 우리 대표팀 목표는 오직 하나다. 중국을 꼭 이겨야 한다. 철저하게 준비해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결연한 각오를 전했다.

2020년 여름, 돌아온 '인천의 딸' 장슬기의 '슬기로운 축구생활'이 다시 시작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