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자축구 간판' 지소연(29·첼시위민)이 26일 오후 런던 첼시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소연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4월 초 귀국해 세 달 가까이 국내에서 몸 만들기에 전념했다. 서울 강남의 전문 센터 '피트니스 2.0'에서 매일 혹독한 웨이트트레이닝을 빼먹지 않았다. 주말엔 월계축구회, JM코리아 등 다양한 남자축구팀들과 맞붙으며 필드 감각도 유지했다. 조소현 장슬기 등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한국 여자축구에 5년간 100억원을 후원하는 '고마운' 신세계 그룹 임직원들과의 친선경기에도 기꺼이 나섰다. "너무 감사한 마음에 열심히 뛰다 보니 근육이 다 올라왔다"며 웃었다. "영국에 언제 다시 돌어갈지 몰라 늘 준비돼 있어야하기 때문에 오직 세 달간 운동만 했다"고 했다.
영국 여자슈퍼리그(WSL)가 코로나19로 인해 시즌 조기종료를 선언하면서 지소연의 첼시는 평균승점에 따라 맨시티를 꺾고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시즌은 끝났지만, 축구는 계속된다. 첼시 구단은 7월 본격적인 프리시즌 준비를 앞두고 전세계로 흩어진 선수들을 다시 불러모았다.
26일 출국 직전 만난 지소연은 "올해는 국가대표팀도, 첼시도 정말 중요한 해다. 코로나로 인해 힘든 시기지만 개개인이 최고의 경기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눈을 빛냈다. 내년 2월 열릴 도쿄올림픽 최종 플레이오프 중국전을 직겨냥했다. "열다섯 살 때부터 국가대표로 뛰면서 올림픽 무대와는 인연이 없었다. 올림픽에 대해선 정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중국은 쉽지 않은 상대다. 최근 장기간 합숙으로 조직력을 맞췄다고 들었다. 우리도 WK리그를 통해 경기력, 체력을 끌어올리고 10월 이후 A매치를 통해 조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올림픽은 정말 개인적으로도, 팀적으로도 너무나 간절한 꿈"이라고 강조했다.
소속팀에서도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에 도전한다. "첼시에선 리그 우승과 함께 유럽챔피언그리그 우승을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더블을 넘어 FA컵, 컨티넨탈컵 등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했다.
7년째 첼시 10번을 지키고 있는 지소연은 "올해도 전세계에서 어리고 빠르고 강한, 좋은 선수들이 많이 들어온다. 뛰어난 선수들이 들어오지만 계속 경쟁해서 이겨내야 한다"고 했다. 10번을 지켜낸 비결에 대해 "체력이 특별히 뛰어나기보다는 독한 악바리 근성을 엄마께 물려받았다. 어떤 어려움이든 이겨내고 만다는 스타일"이라며 웃었다.
1991년 2월생, 올해 한국 나이 서른 살이 된 지소연은 미래를 위한 준비도 시작했다. "런던에 돌아가면 유럽축구연맹(UEFA) 지도자 자격증에 도전할 생각이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선수생활을 최대한 오래 할 계획이지만, 공부를 병행하면서 제2의 인생, 은퇴 이후의 삶도 함께 준비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 도중 지소연은 소속사 인스포코리아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절친 배구스타 김연경을 떠올렸다. "연경언니의 흥국생명행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연경언니를 보면서 마치 몇 년 후 내 미래같기도 했다. (이)청용 오빠도 울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들었다. 나도 꼭 그렇게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첼시에서 딱 10년을 채운 후 좋은 경기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WK리그에 돌아와 후배들과 함께 달리고 싶은 꿈"을 노래했다. 여자축구 실업리그인 WK리그는 K리그와 달리 '드래프트제'가 있다. '국가대표 첼시 에이스' 지소연이 국내 복귀할 경우, 드래프트 룰을 따라야 하고 '1순위' 3000만원 연봉에 묶이게 된다는 걸림돌이 있다. 여자축구 에이스들의 유럽 진출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현장에서 일명 '지소연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지소연은 "드래프트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선수 생활의 마무리는 꼭 WK리그에서 하고 싶다는 꿈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소연은 27일 런던 도착 직후 2주간의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내달 11일부터 본격적인 프리시즌 훈련이 시작된다. 첼시 7년차 지소연이 8번째 시즌을 준비한다. 인천공항=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