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벌써부터 눈치 싸움이 시작됐어요."
제주 서귀포 축구 관계자의 즐거운 비명이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뉴노멀 시대'. 코로나는 관성화된 시스템을 모조리 바꿨다. 전지훈련도 예외는 아니다. 각 팀들은 이즈음 해외전지 훈련지를 물색한다. 체력부터 전술까지 만드는 전지훈련은 한해 농사를 좌우한다. 대부분의 팀들은 해외를 선호한다. 몇몇 팀들이 국내에 남기도 하지만, 따뜻한 날씨, 연습경기 등을 이유로 대부분 해외로 떠난다. 행선지도 다양하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태국을 필두로, 유럽, 일본, 중국 등은 매년 K리그팀들이 겨울을 보내는 '핫 플레이스'다.
하지만 올 겨울은 다르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전훈은 꿈도 꿀 수 없다. 전세계적인 창궐로 안전지대가 없다. 위험을 감수하고 떠난다 해도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한다. 대개 해외전훈이 3~4주 정도 진행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절반을 자가격리로 보내게 되는 셈이다. 때문에 국내에서 겨울을 보내야 한다. 국내 전훈지는 제주, 남해, 통영으로 압축된다.
이 중 가장 선호되는 곳은 단연 제주도다. 제주도, 특히 서귀포시는 매 겨울 한국축구의 비닐하우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일부 프로팀은 물론, 실업팀, 대학교,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팀까지 겨울마다 둥지를 튼다. 매 겨울 서귀포시를 찾는 팀은 100여개에 이른다. 최근에는 해외팀들도 가세했다. 몇몇 중국팀은 2차 전지훈련의 마무리를 제주에서 진행했다. 따뜻한 기후를 앞세웠던 제주도는 다양한 훈련시설까지 완공하며 축구의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서귀포시는 서귀포 곳곳의 시설을 활용하며, 많은 팀들의 교통정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문제는 사이즈가 남다른 K리그1팀들이, 한두팀도 아니고 대부분 제주도에 둥지를 틀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미 몇몇 팀들은 서귀포시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팀들도 조만간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서귀포시에는 최근 호텔 건설붐이 일어나며 숙소 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핵심은 훈련장이다. 바람이 덜 불고, 잔디가 좋은 훈련장을 향한 요청이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벌써부터 몇몇 구단들은 눈치 싸움을 시작했다"고 귀뜸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서귀포시 입장에서는 가장 고심스러운 부분이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아마 전훈 기간 내내 한 곳에 머물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모든 팀들이 골고루 좋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할 생각"이라고 했다.
축구에 대한 향수가 커지는 겨울, K리그의 대부분 팀들이 한 곳에 모이는 만큼 다양한 이벤트도 가능할 전망이다. 스폰서만 잘 붙인다면 '프리시즌 리그' 등도 염두에 둘 만한 카드다. 올 겨울 K리그는 제주도로 통할 전망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