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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황태자' 문세영 기수, 영예의 전당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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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한국마사회 서울 경마공원에서 활동 중인 문세영 기수가 영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경마 98년 역사 속 15번째 영예기수로 선정된 것이다.

'경마 황태자'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문 기수는 현재 서울 경마공원 부동의 에이스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1년 데뷔 후 현재까지 통산 7790경주에 출전해 승률 20.4%를 자랑한다. 7번의 연도 최우수 기수 선정, 2019년 코리아컵 포함 총 33번의 대상경주 우승 등 그의 화려한 이력은 끊임이 없다.

영광의 자리는 쉽게 넘볼 수 없다. 영예의 전당에 오르기 위해서는 3단계 평가를 거쳐야 한다. 그 기준이 무척 까다롭다. 한국경마의 살아있는 전설 박태종 기수와 45년 경마장인 하재흥 조교사가 영예의 전당에 올라있다. 박태종 기수가 영예기수로 이름을 올린 1999년 이후에도 단 14명의 조교사와 기수만이 그 영광의 자리에 올랐다. 문 기수 역시 더러브렛 기수로서는 2년 만에 선발됐다. 문 기수는 현재 1589승으로 한국경마 역대 2위 성적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500승 고지를 넘어 올해 영예의 전당까지 오른 문 기수, 데뷔 후 지금까지 20년간 쉴 새 없이 달려온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기수로서 영예의 전당에 오른 것을 축하한다. 본인이 생각하는 영예기수는 어떤 의미인가.

▶모든 프로스포츠에서 영예의 전당은 큰 의미를 가진다. 영예기수는 선발 과정 역시 워낙 까다롭기에 기수로서 마지막 관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도전해본 것이다. 영예기수로 선발돼 기수로서 성공한 삶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

- 영예기수는 조교사 면허시험 중 필기·실무시험 면제 혜택이 있다. 앞으로 조교사에 대한 뜻이 있나.

▶아직까지 조교사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다만 진로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취득할 수 있는 면허는 다 따놓으려고 한다. 조교사 면허시험의 경우 면접만 보면 되기에 취득 도전해보고 싶다. 추후에 말에 관련된 사무직을 해볼 때도 이점이 될 것 같다.

- 내년이면 데뷔 20년차다. 그럼에도 승률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다. 경마는 연중무휴라 항시 컨디션과 체중조절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본인만의 자기관리 노하우는 무엇인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자기관리의 노하우는 자기 자리가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운이 좋게 계속 '리딩자키'를 하면서 이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채찍질 한다. 하나라도 준비하지 못하면 상당히 불안해하는 성격이다. 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운동, 등산, 마인드컨트롤 등 끊임없이 노력하고 긴장하며 매일을 보낸다. 주위에서 좀 내려놓아도 된다고 위로하지만, 말만 타면 또 예전처럼 승부욕과 욕심의 본성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 코로나19로 관객 없는 경마를 시행중이다. 평소 들려오는 함성소리 없이 발굽소리만 들리는 경마장이 어색할 것 같다.

▶고객들이 없으면 힘을 못쓰는 것 같다. 요새는 경마일인지, 능력검사를 하는 건지 착각할 정도로 괴리감을 많이 느낀다. 확실히 고객들이 간절하다. 가끔 고객들이 진심어린 질책을 해줄 때도 있었다. 그런 훈육이 저를 이 자리까지 오게 한 것이라 생각하기에 감사하다. 고객 없이 경마를 한다는 것은 쓸쓸하기도 하고, 고객들의 질책으로 더 잘하는 기수가 되고 싶기 때문에 어서 사태가 진정 돼 고객 입장을 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한다.

- 경마팬들은 경주마보다 문 기수를 보고 베팅하는 경우도 많이 있을 만큼 신뢰가 두텁다. 황태자를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한마디?

▶나라 전체가 힘든 시기다. 그래도 곧 만날 날을 기대하면 설렌다. 코로나19 여파에 힘들어하시는 분들 힘내셨으면 좋겠다. 다시 경마공원에 방문하셔서 서로 농담 섞인 이야기도 하며 주말을 즐기고 싶다. 요즘 마스크가 필수다. 꼭 다들 착용하시고 건강하게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겠다.

- 지금까지 경마기수로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록을 세워왔다. 앞으로 이룩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는 등 상황에 따라 목표를 계속 수정하며 살고 있다. 현재는 부상만 없다면 기수로서의 길을 계속 가고 싶다. 하지만 나중엔 계획이 또 수정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다승기수에 대해 질문이 많다. 선배기수의 기록을 깨는 것을 목표로 해본 적은 없다.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지는 선배기수의 발자취를 조금이나마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이다. 부상 없이 물 흐르듯 선배의 발자취를 따라 가다보면 그 뒤를 이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