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KBO리그 최고의 포수 양의지 앞에 서는 NC 다이노스 투수들의 마음은 어떨까.
대부분의 투수들은 편안함을 논한다. 노련하면서도 때로는 능청스럽고 과감한 그의 리드가 타자들을 공략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게 대다수의 의견. 양의지가 가세한 지난해부터 NC의 어린 투수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도 결국 '양의지 효과'가 일정 부분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런 양의지의 존재감을 마주하는 어린 투수들 중에 '부담'을 갖지 않는 투수가 몇이나 될 지에 대한 궁금증도 이어지는 게 사실이다.
2년차 투수 송명기(20)는 양의지와 배터리를 이룰 때도 과감하게 고개를 흔드는 편이다. 대선배이자 국내 최고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가로 젓기는 웬만한 확신 없이 할 수 없는 일. 하지만 송명기는 소신을 뚜렷하게 밝히고 승부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선배 양의지가 원하는 건 바로 그런 부분이라는 점을 꿰뚫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송명기는 "경기당 한두번 정도 고개를 흔들긴 한다(웃음)"며 "'던지고 싶은 공이 있으면 고개를 흔들라'고 하시더라. 고개를 안 흔드는걸 오히려 좋지 않게 보는 것 같다. '투수라면 자기가 던지고 싶은 공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시곤 한다"고 했다.
여전히 신인 티를 벗지 못한 송명기는 마운드 안팎의 모습이 딴판이다. 마운드 위에선 타자들과 과감히 승부하고 선배의 사인과 다른 생각을 내는 프로지만, 바깥에선 여전히 수줍음 많고 내성적인 성격이다. 하지만 송명기는 NC 선배들 대부분을 찾아가 궁금증을 풀고 해법을 얻는데 주저하지 않는 모습이다. 송명기는 "아직도 선배들에게 질문을 할 때 '해도 되는 질문일까'라는 생각이 많다. 그래도 내가 발전하기 위해선 먼저 찾아가는 게 맞다고 봤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작년 첫 선발 때보다는 길게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잘 던지자 보다는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며 "피하지 말고 공격적으로 던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결과가 따라주지 않더라도 이것도 경험이라 생각하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밝혔다. 스승이자 가장 큰 조력자인 손민한 투수 코치를 두고도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혼내기도 많이 혼내신다. 하지만 어렵다는 느낌은 없다. 김수경 코치 역시 기본적인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런 끊임없는 노력을 바탕으로 송명기는 올 시즌 NC 마운드에 힘을 보태는 자원으로 성장했다. 시즌 34경기 76⅔이닝에서 7승3패, 평균자책점 3.99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송명기는 "컨디션보다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타격이 살아나고 불펜이 잘 막아줬다"고 겸손한 자세를 취했다. 그는 "효율적으로 몸을 만들고 투구폼을 바꾼 점도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작년에 던지던 체인지업을 버리고 지금 가진 슬라이더, 커브를 정확히 잘 던지려 했다. 내가 많은 구종을 갖춘다고 해도 다 활용하지 않을 것 같았다. 슬라이더를 더 완벽하게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60% 정도 같다. 아직은 배우고 채워야 할 부분이 많다. 볼넷을 줄이고 이닝을 더 소화하고 싶다"고 과제를 분명히 했다.
창단 첫 대권을 바라보는 NC에게 송명기의 활약상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여전히 어린 선수지만, 큰 무대에선 제 몫을 해야 하는 입장. 송명기는 "선배들 투구를 보면서 경쟁보다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느끼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한국시리즈에선 배우기보다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창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