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트레블 有경험자'전북 모라이스VS 'FA컵 마법사'울산 김도훈, 마지막 승부가 시작된다[FA컵 결승1차전 프리뷰]

by

"우리가 잘하는 걸 하겠다. 2승으로 더블하겠다!"(조제 모라이스 전북 현대 감독) "우리는 잃을 게 없다. 2승으로 우승하겠다."(김도훈 울산 현대 감독)

'K리그 2강'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가 4일 오후 7시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2020년 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에서 다시 만난다. K리그1 우승의 명운이 결정된 지 불과 사흘만에 운명처럼 다시 마주했다.

모라이스 전북 감독과 김도훈 울산 감독은 사석에서 제법 친한 사이다. 지난해 중국 아시아축구연맹(AFC) 엘리트코치 포럼에 함께 참가해 와인잔을 기울이며 허심탄회하게 축구철학을 공유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파이널라운드 미디어데이 인터뷰에서 모라이스 감독은 김 감독에게 웃으며 "행운을 기원한다"고 했고, 김 감독은 "그 행운 잘 받겠다"고 답했었다. 행운은 전북의 몫이었다. FA컵 미디어데이에서 김 감독은 승장 모라이스 감독에게 "전북의 우승을 축하한다"며 깍듯이 예우했다. 훈훈한 정담 속에 애써 비수를 감췄지만, FA컵은 또다시 전쟁이다. 리그 첫 4연패를 달성한 전북에겐 첫 트레블을 향한 디딤돌, 2년 연속 전북에 역전우승을 내준 울산에겐 명예회복을 위한 마지막 무대다.

▶모라이스 감독, 트레블 도전의 시작

모라이스 감독은 2019시즌 전북 부임 당시 손가락 3개로 '트레블'을 공약했었다. 1일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지 사흘만에 부임 첫 더블에 도전하게 됐다.

'절대 1강' 전북이지만 그간 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집중해온 터라 FA컵과의 인연은 깊지 않았다. FA컵에서 우승한 건 2005년이 마지막이고, 올 시즌 무려 7년만에 FA컵 결승행을 이뤘다. 전북이 우승할 경우 2013년 포항 이후 처음으로 K리그-FA컵 동반우승 '더블'을 달성하게 된다. 22일부터 카타르에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일정이 이어지는 만큼 '트레블 공약'을 위해서도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다.

모라이스 감독은 인터밀란 시절 무리뉴 감독 아래서 수석코치로 일했던 2009~2010시즌 유럽 무대에서 트레블(세리에A, 코파이탈리아,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한 바 있다. 미디어데이, 이와 관련한 질문에 모라이스 감독은 "죄송하다. 트레블 노하우는 김도훈 감독이 다 듣고 있어서 말해줄 수 없다"고 했지만 우승 욕심만큼은 감추지 않았다.

분위기는 두말 할 나위없이 최고다. 올 시즌에도 전북의 우승 DNA와 파이널라운드 뒷심은 무시무시했다. 울산과의 3차례 맞대결에서 3전승했다. 라이벌전에선 더 강해졌다. 11라운드 이후 줄곧 2위를 달렸던 전북은 선두 울산과의 26라운드 맞대결에서 승리하며 1위를 탈환했고, 역전우승의 9부 능선을 넘었다. '라이언킹' 이동국의 고별전이 된 대구FC와의 최종전에서도 2대0으로 가볍게 승리하며 또 한번 '어우전(어차피 우승은 전북)' 신화를 썼다. 잡아야 할 경기는 반드시 잡는 위닝멘탈리티를 입증했다.

울산과의 마지막 일전을 앞둔 모라이스 감독은 언제나처럼 여유가 넘쳤다. "K리그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특별히 준비할 게 없다. 프로답게 최선을 다해 우승하겠다. 우리는 하던 대로, 우리가 잘하는 걸 결승전에서 보여주겠다."

▶'FA컵 마법사' 김도훈 감독의 배수진

김 감독은 K리그1에서 2년 연속 전북 모라이스 감독에게 역전 우승을 내줬다. 승부의 세계에선 '악연'이다. 작년엔 다득점 1골차, 올해는 승점 3점 차지만 사실 전력, 경기력상으로는 올해가 훨씬 박빙이었다. 울산은 11라운드부터 전북전 직전인 25라운드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았고, 압도적 다득점으로 리그를 지배했다. 지난 10월 벤투호 소집에 9명이 태극마크를 달았고, 11월 소집에도 조현우 김태환 홍 철 원두재가 대표팀에 승선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전북과 울산의 유일한 차이는 결과"였다. 무엇보다 전북과의 3경기에서 3전패한 것이 뼈아팠다. 또 파이널라운드 5경기에서의 2승1무2패(승점 7점) 성적표는 치명적이었다. 전북은 4승1패(승점 12점)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광주를 3대0으로 잡으며 전북을 제외한 전구단 상대 승리를 이룬 울산에게 FA컵 전북과의 결승전은 명예회복을 위한 마지막 기회다.

'FA컵 마법사'라는 별명처럼 김 감독과 FA컵의 인연은 각별하다. 사령탑으로서 무려 4번째 FA컵 결승행, 울산 감독 4년간 무려 3번의 결승행을 이뤘다. 'K리그 레전드' 김 감독은 선수, 코치, 감독으로 모두 FA컵 우승을 경험한 유일한 축구인이다. 2000년 J리그에서 전북으로 복귀한 첫 해 FA컵 우승을 이끌었다. 2011년 성남 코치 시절에도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사령탑으로 데뷔한 2015년, 강등권 인천을 '늑대축구'라는 끈끈한 팀 컬러로 묶어내며 창단 첫 FA컵 결승행 기적을 썼다. 2017년 울산 감독 부임 첫해, FA컵 우승을 일궜다. 2018년에도 결승에 올랐지만 대구에 아쉽게 패했다. 울산에서만 3번째 결승행, 올 시즌 한번도 넘지 못한 '챔피언' 전북을 상대하는 소감은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다.

배수진을 친 울산은 이제 오직 팬들을 위해 달린다. 2년 연속 준우승, 통산 9회 준우승의 실망감 속에 '찐'팬들의 사랑은 흔들림 없다. 광주와의 최종전, 전북전에서 치명적 실수를 한 센터백 김기희를 '기죽지마, 희망은 있어'라는 이행시 걸개로 위로한 팬들은 FA컵을 앞두고 클럽하우스에 '소중한 내 선수들, 고생했고, 사랑하고,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음료 선물을 보냈다. 김 감독은 "우승할 경우 팬들에게 선수단 유니폼을 선물하고 큰절을 올리겠다"고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