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올 시즌에도 FA(자유계약선수) 계약 희비는 엇갈렸다.
지난해 FA 자격을 신청한 선수는 총 20명. 이 중 은퇴를 선언한 손승락을 제외한 19명이 계약서에 사인했다. 안치홍(30)이 KIA 타이거즈에서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을 택했고, 나머지 18명은 소속팀 잔류를 결정했다. 안치홍이 2+2년 최대 56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을 했고, 오지환(30·LG 트윈스·4년 총액 40억원)과 김선빈(31·KIA·4년 총액 40억원) 정우람(35·한화 이글스·4년 총액 39억원)이 뒤를 따랐다.
오지환은 총액 상위 계약자 중 가장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선수로 꼽힌다. 141경기 타율 3할(527타수 158안타), 10홈런 71타점, 출루율 3할6푼2리, 장타율 4할6푼1리의 성적을 남겼다. 프로 데뷔 후 개인 최고 타율 및 최다 안타를 치는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수비에서도 더 한층 안정감을 드러냈다.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에서 5.63(스탯티즈 기준)으로 팀 내 1위를 차지하는 등 LG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실력으로 입증했다.
박석민(35·NC 다이노스)도 인상적인 시즌을 보냈다. 박석민은 올 시즌을 앞두고 NC와 2+1년 최대 34억원에 계약했다. 보장금액 16억원으로 옵션에 좀 더 비중이 쏠렸다. 2016년 NC와 4년 최대 96억원에 계약했으나 첫해 이후 잔부상에 시달리며 기대 이하의 성과에 그쳤던 점이 반영됐다. 올 시즌 박석민은 NC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지을 때까지 모든 경기에 출전해 '내구성'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타율 3할6리(356타수 109안타), 14홈런 64타점, 출루율 4할3푼6리(1위), 장타율 4할6푼6리의 개인 성적을 올리며 NC의 창단 첫 우승에 힘을 보탰다.
전준우(34·롯데 자이언츠)의 활약도 돋보였다. 4년 총액 34억원에 사인한 전준우는 143경기 타율 0.279(562타수 157안타), 26홈런 96타점을 기록했다. 5월부터 9월까지 줄곧 2할 후반에서 3할 초반의 타율을 기록했고, 부상 변수 없이 꾸준하게 자리를 지켰다. 본업인 외야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쳤고, 특히 펜스 수비나 송구에서 향상된 모습을 보여줬다. '가성비' 면에서 FA 계약자 중 가장 뛰어났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이밖에 올해 KT 위즈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행에 공헌한 유한준(39·2년 총액 20억원)도 제 몫을 한 선수로 평가된다.
반면 최대 금액을 거머쥔 안치홍에겐 '실패'라는 수식어가 뒤따르고 있다. 124경기 출전 타율 2할8푼6리(412타수 118안타), 8홈런 54타점, 출루율 3할5푼1리, 장타율 4할1푼3리다. WAR은 1.54. 올 시즌 7위를 기록한 롯데보다 순위가 높은 6팀의 주전 2루수 중 안치홍보다 WAR이 낮은 선수는 LG 트윈스 정주현(-0.29) 뿐이다. 시즌 후반부엔 부진을 떨치지 못하고 오윤석에게 2루수 자리를 내주고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했다.
김선빈은 부상에 발목 잡힌 케이스. 타율 3할3푼(303타수 100안타), 1홈런 37타점, 출루율(0.406)과 장타율(0.403) 등 타격 지표에서는 크게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부상으로 세 번이나 1군에서 이탈하며 85경기 출전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김선빈이 건강하게 자리를 지켰다면 KIA가 5강 싸움에서 더 힘을 얻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시선은 아쉬움을 더한다.
정우람은 50경기 54⅓이닝 3승5패16세이브, 평균자책점 4.80의 기록으로 시즌을 마쳤다. 정규시즌 18연패, 최하위 등 잊고 싶은 시즌을 보낸 한화 마운드 최후의 보루이자 정신적 지주로 몸값에 걸맞은 활약은 했다는 평가. 그러나 결국 시즌 활약은 팀 성적과 떼어놓을 수 없는 점을 고려해보면 비용 대비 성과 면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고 말하긴 어렵다.
한화와 1년 총액 10억원 계약을 했던 김태균(38)은 67경기 타율 0.219(219타수 48안타), 2홈런 29타점의 초라한 성적 속에 '에이징 커브'를 극복하지 못했고, 결국 은퇴에 이르렀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