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시장이 온라인과 결합하며 격변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구매에 익숙해지면서,'입어보지 않고' 옷을 사는 일이 빠르게 일반화되고 있는 것. 온라인 플랫폼이 패션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비대면 소비 가속화로 무신사·브랜디·에이블리·지그재그 등 패션 전문 플랫폼들이 무섭게 몸집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LF나 삼성물산 패션부문 등 오프라인 기반의 전통 패션기업들도 패션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전통 패션기업들이 내놓은 온라인 플랫폼들 중에는 업계 흐름을 선도하며 세를 키워나가는 곳이 있는가 하면, 크게 눈에 띌 만한 매출 성과로 이어지지 않은 곳도 있어 기업별 '명암'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패션기업 별 날씨는? - LF·신세계인터내셔날 '맑음', 삼성물산 패션부문·코오롱FnC '구름'
지난 한 해 패션기업들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시장 침체기에 빠졌다. 상장 패션 기업 대다수는 지난해 1~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매출 하락과 영업이익 감소, 적자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패션업계는 기존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사업구조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다양한 할인 혜택 제공과 온라인 몰 단독 이벤트 진행 등으로 고객 유입을 위해 노력 중이다.
먼저 LF는 지난해 3분기 매출액 3449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7.2% 감소세를 보였다. 영업이익 역시 2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매출 감소세 속에서도 선제적인 온라인몰 사업 전개로 적자 폭을 줄였다고 보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LF몰 관계자는 "2019년 대비 매출에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업계 추정치에 따른 LF몰의 2020년 매출액은 약 3900억원이다.
온라인 사업에 일찍부터 눈을 돌린 LF는 2000년 '패션엘지닷컴'을 열었다. '누가 옷을 입어보지도 않고 구매하냐'고 하던 시절이었기에, 당시 업계에선 LF의 선택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LF는 2008년 온라인 쇼핑몰 전담 부서까지 만들면서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회원수도 꾸준히 늘려나갔다. 또한 이들 충성 회원이 "다른 회사 옷도 살 수 없냐" "생활용품도 같이 판매하면 편리하겠다"고 역 제안을 하면서 LF몰은 자사 브랜드 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하는 종합몰로 성장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후 패션기업에서 종합생활기업으로 외연을 넓혀가면서 LF몰 또한 패션과 더불어 리빙·뷰티·가구 등 다양한 브랜드로 채웠고, 소비자들의 니즈에 더욱 빠르게 초점을 맞춰나가고 있다.
박현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5개 점포로 운영되는 LF몰 스토어의 평균 구매 고객 수가 코로나19에도 꾸준히 증가하며 매출에도 도움을 주는 만큼, LF몰이라는 온라인 채널 확장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주목할 만한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 곳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3분기 매출액은 3338억원, 영업익 7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자체 온라인몰인 에스아이빌리지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 돋보인다. 업계에 따른 에스아이빌리지의 2020년 매출액은 1400억원 규모지만, 매출 신장률은 100%대를 기록 중이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관련 업계는 에스아이빌리지만의 장점을 단기간에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병행 수입 제품을 판매하는 다른 온라인몰과 달리 정식 판권을 확보한 제품들만 판매하는 에스아이빌리지는 아르마니 등 패션 브랜드부터 바이레도, 딥티크 등 뷰티 브랜드까지 70여 개의 고가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다. 100% 정품 럭셔리 품목만을 판매한다는 차별화된 럭셔리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초 선보인 온라인 전용 브랜드 '텐먼스'(10MONTH)가 목표 매출의 2배 이상을 올리는 등 성장세도 함께 이어지고 있다.
한편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경우 지난해 3분기 14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 타격을 입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SSF샵의 2020년 매출액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으나, 업계에선 SSF샵이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영업적자 폭을 크게 완화할 만큼의 성과를 내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SSF샵의 지난해 매출 신장률은 직전년도 대비 61% 가량 늘어났다. 패션에서부터 화장품·펫용품·가전 등 브랜드를 모은 스타일 플랫폼 '어나더샵'(ANOTHER#)을 통해 2030대 고객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기도 했다"면서 "올 한해 오프라인 브랜드 등을 정리하는 가운데, 온·오프라인 영업 조직을 영업본부로 통합하고 영업 전략담당도 신설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준서 신임 부문장은 효율적인 오프라인 점포 정리와 더불어 온라인 영역에 올 한해 회사 역량을 한층 집중시켜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한때 패션업계 '빅 3'으로 불리기도 했던 코오롱FnC는 지난 2년여간 줄곧 실적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매출액 1772억원, 영업손실 199억원을 기록한 코오롱FnC는 코오롱인더스트리 전체 부문 중 유일하게 영업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코오롱FnC는 지난 6월 온라인 사업부문 협업 강화를 위해 이커머스 플랫폼 개발업체 '퍼플웍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기도 했다.
코오롱FnC의 온라인몰인 코오롱몰의 2020년 매출액(업계 추정치)은 약 1000억원대. 업계는 2000년대 초반부터 온라인 채널의 매출 확대를 위해 공격적으로 나선 LF몰 등과 비교해 볼 때 코오롱FnC가 브랜드 리뉴얼 및 온라인몰을 향한 역량 집중 시기가 상대적으로 뒤쳐졌던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특히 대표 인기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의 주 소비층 연령대가 높아지고, 아웃도어 시장이 무너지는 등 외부 변화에 보다 빠르게 대응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를 겨냥한 변화가 큰 성과를 내기도 전에 패션 환경이 급변하면서, 연쇄적으로 온라인몰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이와 관련, 코오롱FnC 관계자는 "2019년부터 브랜드 리브랜딩과 상당한 수의 신규 브랜드를 론칭했고, 체험형 오프라인 공간도 적극적으로 기획했다"며 "2020년에는 온라인 브랜드 '하이드아웃'을 인수하는 등 코오롱몰과 연계한 온라인 비즈니스 확장을 모색하고 있으며 라이브방송 등 MZ세대와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코오롱만의 색깔을 살려 이커머스에서도 강세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합 몰·소셜커머스에 오픈마켓까지 무한 확장하는 패션업계…플랫폼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다
극심한 침체기 속에서도 다양한 변화구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던 패션업계 내 업체들은 2021년을 맞아 한층 더 뜨겁게 격돌할 전망이다.
온라인 패션 시장이 고도로 성장하면서 패션과 전혀 접점이 없는 종합 몰이나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등도 패션 부문에 회사별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들은 자사 서비스 내에 검색-쇼핑-결제-콘텐츠로 이어지는 선순환 쇼핑 생태계를 구축해 실적 반등을 꾀하고 있다.
네이버는 '쇼핑 라이브'서비스를 통해 라이브커머스 부문 강화에 나서는 한편 남성 패션 전용관인 '미스터'(MR)를 오픈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고객 유치에 나섰다.
카카오 역시 '쇼핑 라이브'를 정식 오픈하고 '선물하기' 서비스 내 럭셔리 브랜드 입점을 비롯한 이랜드 그룹과의 협업으로 패션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쿠팡은 라이브커머스 전담팀 신설과 패션 편집관 'C.애비뉴' 입점 브랜드를 확대하고 쿠팡만의 신속 배송을 패션에도 접목하며 빠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삼성패션연구소가 향후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를 10대 소비자의 소비 패턴을 살펴본 결과, '패션 플랫폼'을 '구매 브랜드 자체'로 인지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무신사를 비롯해 에이블리, 브랜디, 지그재그, W컨셉 등 패션 플랫폼 회사들의 영향력도 계속해서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 사업 지속성을 위해선 온라인 부문 확장이 필수요소가 됐다"며 "전통 패션기업들은 온·오프라인 사업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추는 가운데, 보다 공격적인 투자와 사업전개로 올 한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